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벤투팀은 지난 23일 결전의 장소 UAE로 출국했다. 현지 적응과 함께 아시안컵 본선에 나설 베스트 11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벤투팀 주전 경쟁 최대 격전지는 골키퍼다. 최종 엔트리에는 조현우(대구 FC)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 3명이 이름을 올렸다. 많은 이들이 골키퍼 주전 경쟁을 '양강 체제'로 보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조현우와 꾸준함과 함께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김승규 양강 체제다. 김진현이 주전으로 나설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은 드물다. 냉정하게 현재 상황에서 김진현은 세 번째로 밀려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시안컵 경험으로 따진다면 김진현을 따라올 자가 없다. 메이저 대회인 만큼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조현우는 아시안컵 경험이 없다. 김승규는 2015 호주 아시안컵 한 경기 출전 경험이 있다. 반면 김진현은 2015 호주 아시안컵 '최고 스타'로 위용을 떨쳤다.
김진현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들었지만 당시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에 밀려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4년 뒤 호주에서 김진현은 '신의 손'으로 성장했다. 매 경기 신들린 선방으로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A조 1차전 오만전을 1-0 승리 무실점으로 시작한 김진현은 2차전 쿠웨이트전에서는 김승규에게 선발 기회를 내준 뒤 3차전 호주전에 다시 선발로 나섰다. 김진현은 1-0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김진현의 독주 시대가 펼쳐졌다. 8강 우즈베키스탄전 2-0 승리, 4강 이라크전 2-0 승리까지 김진현은 단 1실점도 내주지 않으며 한국을 결승에 올려놨다. 매 경기 탄성이 나올 정도의 슈퍼세이브가 나왔다. 결승에서는 호주에 1-2로 패배했다. 2실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김진현이 지키는 단단한 골문으로 인해 호주와 명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한국의 준우승은 김진현의 빼어난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한국 축구의 '황의조 신드롬'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찬사와 환호가 김진현으로 향했다.
워낙 눈부신 활약이었기에 이후 한국 대표팀 골문은 '김진현의 시대'로 이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가 무너진 결정적 경기가 있었다. 2016년 6월 1일 열린 스페인전. 김진현은 격하게 흔들렸다. 전반에만 3실점을 허용했다. 후반에도 3골을 더 내주며 한국은 1-6 참패를 당했다. 김진현이 우왕좌왕하면서 내주지 말아야 할 실점도 내주고 말았다. 이후 김진현은 대표팀 선발 골키퍼 자리에서 멀어져야 했다. 김승규와 조현우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김진현에게 허락된 A매치는 단 4경기뿐이었다. 지금까지도 김진현은 호주 때만큼의 강렬한 위용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김진현에게는 이번 아시안컵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호주에서의 강렬한 기억을 발판 삼아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 분명 아시안컵 경험과 활약 면에서는 현 대표팀 1위다. 그에게 아시안컵은 '축복의 대회'였다. 아시안컵에 나서는 김진현은 다를 수 있다. 우선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러시아월드컵 당시에도 조현우가 선발로 나올 것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다음 '아시안컵의 사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야 한다. 김진현은 '축복의 대회' 아시안컵에서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