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은 tvN '톱스타 유백이'에서 안하무인 톱스타 유백을 연기했다. 대형 사고를 치고 여즉도에 유배 간 유백이 티 없이 맑은 섬처녀를 만나며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았다. 제 잘난 맛에 사는 나르시시즘 끝판왕 유백을 찰떡같이 소화하며 시청자를 매료했다. 드라마는 일주일에 1회 편성인데다가 같은 시간대 경쟁작(JTBC 'SKY 캐슬')이 큰 인기를 얻은 터라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톱스타 유백이'를 선택한 많은 시청자는 '치유'와 '정화', '행복' 등의 단어로 작품을 기억했다. 김지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백에게 여즉도가 쉼표였듯 자신에게 '톱스타 유백이'는 쉼표이자 느낌표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인터뷰 내내 다시보기를 적극 권장했다. 가요계에 차트 역주행이 있듯이, '톱스타 유백이' 역시 그런 작품이 되길 바란다며 끝까지 작품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파파라치나 루머 등 유백이 겪는 고충들에 공감했나. "공감보다도 부러운 점이 있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직업인데 유백은 내키는 대로 하는 게 있었다. 내가 그걸 지향하는 건 아니지만 직업은 직업이고 자기에게 솔직할 수 있는 성격이 부러웠다. 댓글도 좋은 거든 나쁜 거든 휩쓸리게 되어있는데 유백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것도 대리만족했다."
-대리만족했다고 했는데 평소 김지석은 어떤 스타일인지. "유백보다는 친절한 것 같다. 그래도 자신의 상처나 결핍을 보여주고 싶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포장하려는 건 배우라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것 같다. 그걸 어떻게 건강하게 치유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그런 점에 많이 공감했다."
-김지석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상처나 결핍이 있나. "누구나 있다고 생각한다. 유백은 엄마와의 트라우마 때문에 톱스타가 되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있었다면, 나는 인정받고 싶다는 열등감에서 시작했다. 형은 너무 공부를 잘하는데 나는 뭘 해야 형보다 잘할 수 있을까, 뭘 해야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극복 방법도 유백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기댈 수 있고 정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내 상처를 드러내고 동질감을 얻으면서 치유했다. 가족들도 도움을 줬다." -유백을 인생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유백은 인생작 안에 있는 인생 캐릭터다. 인생 캐릭터, 혹은 인생 작품을 혼자 판단하는 기준은 내게 무엇을 남겼느냐다. '유백이'를 통해서는 정말 얻은 것밖에 없다. 안팎으로 많은 걸 깨우쳐줬다. 시청률을 떠나서 많은 걸 안겨줬고, 시청자분들에게 그만큼 만족감을 준 고마운 작품이다."
-'유부남 유백이'로 시즌2를 하자는 의견도 있다. "시켜만 준다면 완전 좋다.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시즌1만큼 재미있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준다면 당연히 하고 싶다. 시즌2도 좋고, 함께했던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분들과 또 다른 작품을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 제한된 공간에서 함께하며 동지애와 전우애가 생겼다. 다른 작품에서 만나면 또 다른 시너지가 대단할 것 같아서 기대된다." -'20세기 소년소녀'를 하기 전에 '로코킹'이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톱스타 유백이'로 이룬 것 같다. "'역적'에서 연산군을 연기하면서 외로웠다. 극 중에서 300명을 죽였다. 달달한 사랑이 너무 하고 싶었다. 정말 운 좋게 '20세기 소년소녀'를 하면서 한예슬 씨와 풋풋한 첫사랑을 원 없이 했다. 이번 작품도 '20세기 소년소녀'와는 또 결이 다른 성장 힐링 로맨스를 보여줘서 기분이 좋았다. '로코킹'이라는 수식어도 어떻게 싫을 수 있겠나. 너무 좋다."
-말하는 대로 되는 느낌이다. 또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일단 쉼 없이 6개월을 '톱스타 유백이'로 달렸기 때문에 조금 쉬고 싶다. 막연하게 남자들의 브로맨스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추노'와 '국가대표'를 했을 때 느꼈던 남자들의 파이팅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기회가 된다면 누아르를 하고 싶다."
-'톱스타 유백이'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정말 많이 배웠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가까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좀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가 됐다. 그래서 유백의 수상소감이 와닿았다. 유백에게 여즉도가 쉼표였던 것처럼 내게도 '톱스타 유백이'가 쉼표이자 느낌표였다. 인간으로서 많은 걸 얻었다. 시청자분들도 작품의 의미에 공감하고 좋아했다는 게 감사하고 뿌듯하다. 가요에도 역주행이 있듯 우리 작품도 다시보기로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