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구해줘2'에서 김민철 역을 맡아 '안티 히어로'의 정석을 보여준 배우 엄태구. 1회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리얼한 양아치 연기로 "진짜 미쳤다"는 극찬을 받으며 대체 불가한 열연을 펼쳤다. 천호진과 맞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그 활약에 힘입어 '구해줘2'는 1.4%로 시작해 3.6%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2007년 영화 '기담' 단역으로 데뷔한 엄태구는 긴 무명 시절을 지냈다. 그러다 2016년 영화 '차이나타운' 2017년 '밀정' 등을 만나며 날개를 달았다. 또 천만영화 '택시운전사' 속 검문소 군인 역할까지 짧은 출연에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등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 엄태구는 스스로 전성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악마를 보았다'에서 천호진을 따라다니던 '형사4'였던 그가 천호진과 대등하게, 대립하는 역할을 했다는 게 무엇보다도 큰 의미로 남는다고 했다.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선 굵은 연기와 달리 실제로는 수줍음도 많고 낯도 많이 가리는 성격이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달라지는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냐고 물으니 "먹고 살려다 보니"라고 답하는 의외의 위트도 갖췄다.
-첫 드라마 주연이었는데 어땠나. "시작할 때부터 도전이었다.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잘 모르고 시작했는데 운이 좋았다. 좋은 감독님, 좋은 배우들, 좋은 스태프분들과 같이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감사한 작품이다. 감사한 순간도 많았고 배우는 순간도 많았다. 굉장히 아쉬우면서 후련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다. 아직 완전히 끝내지 못한 거 같고 가장 길게 여운이 남아있는 작품이다."
-어떤 점이 부담됐는지. "영화 위주로 많이 하다가 드라마를 길게 하는 게 처음이어서 그게 가장 큰 부담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현장 자체가 영화랑 크게 다르지 않아서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달랐던 건 영화는 대본이 다 나와 있는데 드라마는 1회씩 나오고, 방송을 보면서 촬영하니까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방송을 보면서 촬영하면 반응을 찾아보게 될 텐데. "가장 체감할 수 있었던 건 주변 분의 반응이었다. 부모님 반응이 가장 컸다. 제일 자세히 말해줬다. 같은 교회인들의 반응이 크게 다가왔고 주변에서 잘 봤다는 연락을 받았다."
-교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이었나. "다 재밌다고 했다."
-기독교 신자라면 작품을 선택할 때 부담은 없었나. "대본을 보기 전에 어떤 이야기를 다룬다는 얘기를 듣고 대본을 보기 시작했다. 그냥 딱 사기꾼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크게 (종교에 대해) 생각 안 해도 되겠다 싶었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대본이 재밌었고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매 작품 기도하고 선택하듯이 이것도 그냥 기도하고 선택했다."
-캐릭터에 가장 끌렸던 지점은. "일단 막나가는 악역 같은데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에 대해서는 확실히 아니라고 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안티 히어로'를 잘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독님, 작가님께 감사하다. 감독님과 같이 얘기를 많이 나눴다. 어떤 부분에서 좀 더 재밌게 하자, 강하게 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현장에서 여러가지 시도해볼 수 있었다."
-새로운 시도 중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면. "지금 바로 떠오르는 건 춤이다. 노래방에서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 못추는데. 사실 춤춘다는 생각보다는 민철이가 그 상황에서 흥에 겨웠다는 걸 표현하려고 했다. 부끄러웠는데 재밌었다. 연습을 따로 하진 않았다. 그날 춤을 춰야하는지 모르고 갔다. 근데 좋아하는 걸 몸으로 표현해달라고 해서 그런 식으로 막춤 같이 췄다. 이것저것 시도해봤는데 가장 좋았던 걸 썼다."
-그렇다면 사전에 공들였던 장면은. "원래 고스톱을 칠 줄 모른다. 초반에 고스톱 치는 장면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화투를 사서 계속 패를 섞으면서 대사를 외웠다. 화면에는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다."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엔 변화를 준 것 같다. "만족한다. 연기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항상 있지만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걸 해본 것 같다."
-원래는 낯도 가리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고 들었다. '구해줘2'에서 보여준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직업이다 보니까, 먹고 살려다 보니까? (웃음) 농담이다. 대사가 그렇게 적혀있었고 준비를 많이 하긴 하지만 가장 영향을 준 건 현장의 사람들과 상대 배우 그리고 의상이다. 파란색 추리닝에 반삭발 헤어스타일을 하고 슬리퍼를 신고 다니면서 현장에서 맞춰보니까 그런 모습이 나온 것 같다. 재밌었다."
-민철과 닮았다고 생각한 점은. "목소리와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다.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고 하는 그런 면이 비슷한 것 같다."
-실제 그런 상황이 닥치면 민철처럼 맞서 싸울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웃음) 만일 그런 걸 상상해본다면 좀 더 설득한다거나 이 사람이 진짜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을 것 같다. 막무가내로 가서 화를 낼 것 같지는 않다." >>[인터뷰 ②]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