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은은 준수한 외모로 주목받은 선수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고수한 장발 스타일은 의견이 분분했다.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자신을 털털하다고 말하는 선수다. '얼굴을 너무 막 쓴다'는 시선은 개의치 않는다.
스프링캠프에 돌입한 그는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팀 린스컴을 연상하게 한다. 선수는 "그런가요"라며 갸웃거린다. 그런데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난 투수가 또 있다. 좌완 셋업맨 정성곤이다. 그도 목을 덮을 만큼 리를 길었다.
이대은의 권유였다고 한다. 그는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았다"며 웃었다. 이어 "불펜투수들이 비슷한 모습을 하면 멋있고, 강해 보일 것 같았다. 무엇보다 팀 컬러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도 전했다.
농담처럼 들리는 단합 유도. 실제로 강한 인상을 보여준 팀이 있다. 2013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 보스턴(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이다.
2012시즌에 지구 최하위까지 떨어진 보스턴이지만 이듬해 스프링캠프부터 팀이 변하기 시작했다. 새 감독과 이적생, 기존 선수의 화합이 돋보였다. 당시 보스턴은 수염 군단으로 주목받았다. 시즌 개막 전에 마이크 나폴리, 자니 곰스 등 몇몇 선수가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고, 이내 이름값 높은 선수들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수염을 기르는 행위를 할 수 없는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 대비됐고, 승승장구하는 레이스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유대감을 대변했다.
보스턴의 수염처럼 거창한 배경을 원하는 건 아니다. 해외 무대에서 뛰던 이대은은 지난 시즌에 처음으로 국내 프로 구단에 소속됐고, 유한준과 박경수 등 선배들과 생활하며 전에 없던 유대감을 느꼈다. 불펜 주축인 현재, 후배들과 한마음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벼운 마음이다. 이대은은 "(김)민수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갑자기 한 선수가 머리끈을 찾고, 다른 선수가 손목에서 떼어내서 주는 장면을 보면 웃길 것 같다'고.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며 웃었다. 이어 "(정)성곤이와 (하)준호 외에 앞으로 머리를 기르는 선수가 더 나올 것 같진 않다"며 확대 해석을 조기에 잠재웠다.
한편 이대은은 KBO 리그 데뷔 두 번째 시즌을 통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19시즌을 돌아본 그는 "잘 하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내가 더 잘 했더라면 KT의 포스트시즌 진출도 가능했을 것이다"고 했다.
손과 햄스트링이 좋지 않았다. 부상 탓으로 돌리진 않는다. 그러나 한 시즌을 불펜에서 뛰면서도 부상을 당하지 않는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비시즌에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KT의 창단 첫 가을 야구 진출만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 시즌 부족했던 첫 타자 승부에서 더 집중할 생각이다. 기존 무기도 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