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열린 광주전 선발 출장한 데얀. 전반 2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팀은 난타전 끝에 4-6으로 패배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역사상 네 번째 '10골' 경기가 나왔다. K리그 38년 역사에 단 네 번 뿐인 이 진귀한 기록을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있다. K리그에서 12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데얀(39·대구 FC)이다.
데얀은 30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8라운드 광주 FC와 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3경기 만에 선발로 그라운드에 나선 데얀은 전반 2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골이 90분 동안 쏟아질 두 팀의 화끈해도 너무 화끈했던 골잔치의 서막이었을 줄은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은 물론 데얀 자신도 알지 못했다.
데얀의 골을 시작으로 두 팀은 말 그대로 난타전을 펼쳤다. 대구가 1-0으로 앞서던 전반 23분, 광주의 펠리페(28)가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6분 뒤엔 아슐마토프(24)가 골을 터뜨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전반전 스코어 2-1. 그러나 양 팀의 득점포는 광주의 리드로 시작된 후반전에 더 뜨겁게 달아 올랐다. 후반 4분 대구의 세징야(31)가 페널티킥 골로 다시 2-2 동점을 만든 뒤 잠시 잠잠했던 양 팀의 골문은 후반 15분 광주 윌리안(26)의 재역전골부터 가차 없이 흔들렸다. 윌리안의 골이 터진 뒤 불과 2분 만에 다시 펠리페가 골을 넣어 4-2로 앞서갔고, 채 5분이 지나기도 전인 후반 21분에는 대구가 에드가(33)의 추격골로 4-3을 만들었다.
4-3으로 끝났어도 축구에서 보기 드문 다득점 경기였을 텐데, 양 팀의 득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반 34분과 36분, 임민혁(23)과 김주공(24)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6-3 더블 스코어가 됐다. 마지막까지 광주 골문을 노리던 대구가 후반 추가시간 세징야가 한 골을 더 만회하면서 최종 스코어는 6-4, 광주의 승리로 끝났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야구를 방불케 하는 골 잔치였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90분 동안 10골이면 추가시간을 포함해도 10분도 안되는 사이에 1골씩 터진 셈이다. 90분 동안 단 한 골로도 승부가 갈리는 축구에서 양 팀 합쳐 10골은 보기 드문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날 나온 10골은 K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골 타이 기록으로, 2000년 10월 전남 드래곤즈(3골)-수원 삼성(7골)전에서 처음 나온 이후 2004년 7월 대전 시티즌(6골)-부산 아이파크(4골)전과 2018년 8월 전남(6골)-수원(4골)전에 이어 네 번째다.
K리그 현역 최고령 외국인 선수인 데얀은 이처럼 드문 기록을 두 번이나 경험한 선수가 됐다. 데얀은 수원 소속이던 2년 전, 세 번째 10골 경기로 기록된 전남전에서도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4-6 패배를 당한 기억이 있다. 당시에도 데얀은 전반 43분과 후반 39분 멀티골을 기록하며 활약했지만, 수원은 마쎄도(28)와 허용준(27)이 각각 멀티골을 기록하는 등 6골을 퍼부은 전남의 화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K리그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두 번이나 경험하고도 모두 패배로 마무리한 만큼 데얀의 아쉬움은 더 컸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