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24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송민규(21)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포항은 13승5무6패(승점44)로 4위 상주 상무(승점38)와 차이를 벌리며 3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반면 전북은 1위 울산 현대(승점54)와 승점 3점 차로 간격이 벌어졌다.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 '동해안 더비' 라이벌 울산을 4-1로 무너뜨리며 전북의 역전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포항이 이번에는 전북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포항은 전북전 승리로 최근 7경기에서 6승 1무의 성적을 거두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치열했던 3위 싸움에서 크게 앞선 포항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도 사실상 확정했다.
포항에도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8월 중반까지만 해도 포항은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에 빠지면서 크게 주춤했다. 17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전 1-2 패배 후 포항의 순위는 5위까지 내려앉았다. 위기의 순간 '예비역' 강상우(27)가 복귀했다. 상주 상무에서 공격수의 재능을 마음껏 펼친 강상우는 전역하자마자 곧바로 팀에 합류해 18라운드 성남 FC전부터 선발로 출전했다.
이 시점부터 포항의 폭발적인 상승세가 시작됐다. 강상우 복귀전이었던 성남전 2-1 승리를 시작으로 7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한 포항은 3위로 올라왔다.
이 과정에서 K리그 팬들의 눈을 사로잡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 기간 포항은 21라운드 수원 삼성전 0-0 무승부, 그리고 이번 전북전 1-0 승리를 제외하곤 모두 멀티골을 터뜨리며 7경기 18골(9실점)의 압도적인 화력을 과시했다. 최종전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며 '킹메이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지난 시즌과 비슷한 모습이다.
상주에서 전역한 선수의 합류 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똑같다. 지난 시즌 포항은 심동운(30)이 전역해 복귀한 후 8경기에서 5승2무1패를 기록, 8위에서 4위까지 뛰어 올랐다. 당시 ACL 티켓은 얻지 못했지만, 파이널 A 진입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파이널 라운드 최종전에서 우승컵의 주인을 바꿔 놓기까지 했다.
올 시즌은 지난 시즌보다 더 강력하다. 득점 3위 일류첸코(30·15골 5도움), 5위 팔로세비치(27·11골 6도움), 8위 송민규(10골 5도움) 등 득점 베스트10 안에 3명이나 포진한 포항의 화력은 시즌 초부터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여기에 상주 소속으로 7골 5도움을 기록하며 득점 상위권에 랭크됐던 강상우가 가세하면서 안정감과 파괴력이 배가됐다. 강상우는 복귀 후 '본업'에 가까운 측면 수비수로 나서고 있지만, 7경기에서 5도움을 기록하며 포항의 공격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강상우가 포항에 돌아와 기록한 도움 5개 중 4개가 송민규의 골 장면에서 나왔다. 강상우가 올려준 크로스를 송민규가 머리로 마무리하는 패턴이다. 송민규는 "느낌이 좋다. 지난 시즌도 상주에서 (심)동운이 형이 오고 파이널 A에 갔고, 올해도 상우 형 전역 후 연승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은 25라운드에서 '동해안 더비' 라이벌 울산을 또 만난다. 올 시즌 포항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두 팀이 울산과 전북이었다. 전북을 이겼으니 울산도 잡겠다는 게 김기동(49) 감독과 선수들의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