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는 4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의 2021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5-3으로 이겼다. 입장 정원(2300명·수용 가능 관중의 10%)을 모두 채운 가운데 열린 창단 첫 경기에서 간판타자 최정(34)과 42억원을 투자해 영입한 FA 내야수 최주환(33)이 활약하며 역사적인 첫 승리를 이끌었다.
포문은 최정이 열었다. 0-0으로 맞선 2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최정은 롯데 선발 투수 댄 스트레일리의 바깥쪽(우타자 기준) 시속 145㎞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SSG 구단 창단 첫 홈런(안타)과 타점, 그리고 득점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최정은 지난해 스트레일리 상대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안타 1개가 홈런이었다. 새 출발 하는팀에 SSG의 '원조 간판타자'가 축포를 쏘아 올렸다.
1-1 동점이었던 4회 말에는 최주환이 폭발했다. 4회 말 무사 1루 두 번째 타석에 나선 최주환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날아든 스트레일리의 시속 143㎞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최주환은 지난해 12월 SSG와 4년 총액 42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한 이적생이다. 두산 시절 '거포 내야수'로 인정받았지만, 올해 시범경기에서 16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최주환은 4일 개막전을 앞두고 "중요한 순간에 안타 하나만 때려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팽팽한 승부에 균형을 깨는 아치를 그렸다.
두 타자는 SSG가 3-2, 살얼음 리드를 잡고 있던 8회 말 다시 홈런을 때려내며 롯데 추격 불씨를 밟았다. 최정이 8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롯데 구원 투수 최준용으로부터 우중간 솔로 홈런, 이어서 나선 최주환도 최준용에게 우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SSG는 5-2, 3점 차 앞선 9회 초 마무리 김상수가 정훈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뒤 2사 만루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나 손아섭을 2루 땅볼로 처리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김원형 SSG 감독도 데뷔전에서 승리를 맛봤다.
4번 타자 최정, 5번 타자 최주환 앞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추신수(39)도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3번·지명타자로 나선 그는 1회 말 첫 타석에서 스트레일리의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그 슬라이더를 공략해 가운데 외야 워닝 트랙까지 뻗는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롯데 중견수 추재현의 호수비 탓에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한층 나아진 변화구 대처 능력을 보여줬다.
추신수는 5회 말 세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내며 데뷔 첫 출루에 성공했다.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온 바깥쪽(좌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볼을 골라냈다. 추신수는 시범경기에서 MLB보다 널은 좌우 스트라이크존에 혼란을 드러낸 바 있지만,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이다.
추신수는 최정의 타석에서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변화구(커브) 타이밍을 읽었다. 그는 이날 골반 부위 통증으로 외야 수비에 나서지 못했다. 상대 배터리는 '주자' 추신수를 경계하지 않았고, 추신수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추신수 타석이 끝나면 상대의 긴장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SSG 새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29)도 호투했다. 6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 수 86개 중 스트라이크가 57개일 만큼 안정감 있는 제구력을 보여줬다. 포심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시속 147㎞까지 찍혔다. 멘털도 좋았다. 허문회 롯데 감독이 3회 초 "르위키가 특정 부분을 만지는 동작이 반복되고 있다"며 어필했지만, 개의치 않고 자신의 투구를 했다. 실점 뒤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SSG는 이날 홈구장(랜더스필드)을 새 단장한 뒤 처음으로 정규시즌 경기를 치렀다. 새로 개점한 신세계그룹 계열사 스타벅스와 이마트24 앞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용진 구단주도 경기 개시(오후 2시) 1시간 30분 전부터 야구장에 도착해 곳곳을 누볐다. 경기가 시작되자 그는 VIP석이 아닌 내야 테이블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팬들의 사인 요청도 성실히 응했다.
선수단과 프런트 팬이 하나로 어우러진 개막전. SSG가 인천 팬에게 완벽한 첫 승리를 배송했다. 그것도 유통 라이벌 롯데를 상대로 한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