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암스로 이재학(31)은 NC의 상징적인 선수다. 창단 멤버로 구단 역사상 최다승(67승) 투수다. 2013년부터 무려 네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2019년에는 3년 만에 시즌 10승 고지를 정복해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NC는 2018년 창단 첫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지만, 이재학의 활약을 앞세워 이듬해 반등했다.
올 시즌 이재학의 팀 내 입지는 무척이나 좁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무색할 정도다. 시즌 3경기 등판해 2패 평균자책점 12.75를 기록했다. 피안타율(0.320)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2.50) 모두 심각한 수준. 첫 두 번의 선발 등판(4월 7일과 18일)을 모두 망쳤다. 두 경기 다 이튿날 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군에 있는 시간(4월 19일~6월 14일)이 길어졌고, 어렵게 잡은 세 번째 기회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6일 창원 KT전에서 4⅓이닝 7피안타 4볼넷 5실점 하며 무너졌다.
이재학의 부진 이유는 간단하다. 제구가 불안하다. 올해 9이닝당 볼넷이 무려 10.50개. 타자와의 승부를 쉽게 끝내지 못하니 이닝당 투구 수도 22.3개로 많다. 산술적으로 4이닝만 투구해도 경기 투구 수가 90개에 이른다. '볼질'을 하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16일 KT전에선 투구 수 97개 중 스트라이크가 55개(56.7%)에 불과했다. 시즌 스트라이크 비율도 55.8%로 팀 평균(62.1%)과 리그 평균(61.2%)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재학의 문제점은 이동욱 NC 감독이 가장 잘 안다. 이동욱 감독은 "조금 더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 비중을 높였으면 한다. 그게 재학이가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격적으로 하면 투구 수가 줄어들고 이닝도 더 끌고 갈 수 있다. (타자와의 승부를 빠르게 결정지어야) 수비 집중력도 생긴다. 공격적으로 가면 잘 던지는 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학은 극단적인 투 피치 유형이다. 직구와 체인지업 비율이 무려 90% 안팎이다.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불리할 수 있지만, 꽤 긴 시간 버텨냈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를 유지했다. 하지만 구종 간파가 쉽게 이뤄지면서 마운드에서 버텨낼 힘을 잃었다. 지난 3월 이동욱 감독은 "직구와 체인지업이 같은 궤적에서 떨어진다"며 이재학의 달라진 부분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문제점이 반복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구까지 되지 않으니 제풀에 쓰러진다.
이재학은 KT전이 끝난 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NC는 왼손 투수 김영규가 부상으로 이탈해 빈자리를 채울 '대체 선발'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이재학에게 기대하고 있다. 과연 시즌 네 번째 기회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