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톱 점포. 한국미니스톱 제공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한국미니스톱을 두고 편의점 업체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 3~4위 권인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가 인수전에 뛰어든 반면, 업계 선두인 CU와 GS25는 '강 건너 불구경' 중이다.
업계에서는 CU와 GS25가 수천억 원이 필요한 인수전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향후 주인이 바뀐 미니스톱의 핵심 점포 '간판 뺏기'에 나서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점포 늘리기 나선 세븐일레븐·이마트24
17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2018년에 이어 미니스톱이 다시 M&A 매물로 등장하면서 인수전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특히 작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이어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다시 경쟁을 벌이게 되면서 편의점 시장 재편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롯데는 세븐일레븐을, 신세계는 이마트24를 운영 중이다.
인수 대상은 일본미니스톱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다. 업계에서는 인수 금액을 최대 3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일본미니스톱 측은 매각가로 6000억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는 삼일PwC이며,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통보받는 즉시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5가 미니스톱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점포 수를 대폭 늘릴 기회이기 때문이다.
2020년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CU 1만4900여 개, GS25 1만4600여 개, 세븐일레븐 1만여 개, 이마트24 5100여 개, 미니스톱 2600여 개 등이다. 편의점 업체들은 자율적으로 타 편의점의 접근 거리에 새 점포를 오픈하지 않는 규약을 지키고 있어 점포 수 확대에 제약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세븐일레븐은 1·2위 편의점과 격차를 줄일 수 있고, 이마트24 역시 3위 세븐일레븐에 근접할 수 있다.
또 편의점 본사의 실적은 점포 수는 실적과 직결된다. 많은 점포를 보유한다면 물류비와 인건비를 포함해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각 편의점 업체가 매년 600~700개의 점포를 늘린다고 봤을 때, 미니스톱 인수는 점포 수 확대에 드는 3~4년의 세월을 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신세계가 작년 이베이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강자로 떠올랐을 때 롯데의 입장에서는 뼈 아팠을 것”이라며 “이마트24가 본입찰에 나선 것을 보고 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롯데도) 참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U·GS25는 간판 뺏기 준비
미니스톱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롯데·신세계와 달라 편의점 업계 선두 그룹인 BGF리테일(CU)과 GS리테일(GS25)은 차분한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선두 기업들이 인수전에서 발을 뺀 이유로 '미니스톱을 가져와도 당장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 미니스톱은 2020년 14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일본미니스톱이 ‘인수 후 브랜드 사용 불허’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2600여 개 넘는 점포의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한다.
가뜩이나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점포는 브랜드 간에 웃돈을 얹어주며 재계약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인수 업체 입장에서는 간판 교체 비용을 점주에게 마냥 떠안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CU와 GS25가 계약 만료되는 미니스톱 가맹점을 유지하는 것보다 인수 자금으로 차라리 계약 만료 점포를 '간판 갈이'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핵심 점포의 경우 경쟁사로 간판을 바꿔 달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세븐일레븐이나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품는다고 해도, 이들 점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점포당 최대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니스톱 지분 100%를 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해도 이들 점포를 지키기 위해 2500억원 이상, 총 55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이미 CU와 GS25는 앞다퉈 역대 최대 규모의 상생안을 내놓으며 간판 뺏기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CU는 폐기지원금 상향, 신상품 도입 지원금 신설 등 20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발표했다. GS25도 비슷한 규모의 상생안을 내놨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나름의 상생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는 CU와 GS25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미니스톱 인수를 놓고 업계의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며 인수 성공 시 대규모의 점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올해 가맹점 계약 만료에 따른 간판 갈이의 최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