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 멀티 골을 터뜨린 손흥민(30·토트넘)이 오른손 검지를 입에 갖다 댔다. 최근 자신을 둘러싼 비판을 향해 ‘침묵하라’고 말하는 듯한 세리머니를 보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은 2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과 2021~22시즌 EPL 30라운드 홈 경기에서 손흥민의 멀티 골에 힘입어 3-1로 이겼다. 승점 51을 확보해 리그 5위로 도약한 토트넘은 4위 아스널(승점 54)과 격차를 좁혔다. EPL은 리그 4위까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나간다.
최근 저조한 경기력을 보인 손흥민은 현지 매체로부터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손흥민은 2일 미들즈브러(0-1 패), 1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3 패), 17일 브라이튼(2-0 승)과 FA컵, 리그 경기 등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손흥민을 두고 “잘못된 축구화를 신은 듯 몇 차례 미끄러졌다” “자신감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기대 이하였다” 등의 혹평이 쏟아졌다.
자신을 둘러싼 비판여론에 대해 손흥민도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웨스트햄과 경기 종료 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어려운 상황에서) 반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감을 올리고 리듬을 찾을 수 있다. A매치를 앞두고 승리하면 기분이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으로) 갈 수 있다. A매치 후에 재정비하겠다”고 답했다.
올 시즌 첫 멀티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자신을 향한 비판을 완전히 잠재웠다. 현재 매체의 평가도 손바닥 뒤집듯 달라졌다. 풋볼런던은 “슈퍼 손샤인(Super Son shines)”이라고 표현하며 손흥민에게 평점 9점을 줬다. 이브닝 스탠다드는 “왜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이 손흥민에게 신뢰를 보내는지 실력으로 입증했다”고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에게 평점 8.57점을 매겼다.
콘테 감독도 손흥민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손흥민은 중요한 선수이고, 오늘 자신이 중요한 선수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때로는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선수들과 '톱 플레이어'들은 그 순간을 이겨낸다. 손흥민은 좋은 선수이자 중요한 선수이며, 동시에 좋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해리 케인, 데얀 쿨루세브스키와 공격진을 구성한 손흥민은 전반 24분 첫 골을 만들었다. 케인의 침투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 검지를 입에 갖다 대는 '쉿!' 세리머니를 보였다. 2-1로 앞선 후반 43분에는 케인의 헤더 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까지 질주한 후 오른발 슛으로 쐐기 골을 터뜨렸다.
케인과 완벽한 호흡이 특히 빛난 경기였다. 손흥민의 두 골 모두 케인으로부터 연결됐다.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로그바(36골·이상 은퇴)의 합작 골 기록을 일찌감치 넘어 EPL 최고의 콤비가 된 둘은 자신들의 기록을 39골까지 늘렸다. 손흥민은 자신의 득점을 도운 케인에 대해 “그와 함께 경기하는 건 정말 즐겁다. 다음에는 내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리그 12·13호 골을 넣은 손흥민은 디오고 조타(리버풀)와 함께 EPL 득점 부문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유럽축구연맹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기록(1골·1도움)을 더하면 손흥민은 올 시즌 공식전에선 14골 6도움을 기록했다. 아울러 손흥민은 두 골을 보태 성인 무대 통산 200골을 터뜨렸다. 클럽에서 170골을, A대표팀에서 30골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은 파울루 벤투(53)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에 합류, 이란과 ‘아시아 최강’ 자리를 놓고 오는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갖는다. 이란은 승점 22로 A조 1위, 한국은 승점 20으로 조 2위다. 손흥민은 지난해 10월 12일 이란 아자디 원정(1-1 무)에서 후반 3분 선제골을 넣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