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도 3세 경영이 막을 올리고 있다. 오너 3세 중 가장 먼저 회사 경영에 참가하고 있는 주인공은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이다. 아버지 최신원 전 회장이 물의를 일으키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최성환 총괄은 순조로운 경영 승계를 위해 신성장 사업 성과 등으로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
이사회 합류, 경영 전면에 나선 최성환
오는 29일 SK네트웍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성환 총괄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이 상정된다.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하는 최성환 총괄은 경영 전면에 나서 박상규 대표와 함께 SK네트웍스를 이끌어나갈 전망이다.
최성환 총괄은 현재 SK그룹 오너일가의 ‘맏이’ 최신원 전 회장의 장남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다. 2009년 SKC 전략기획팀에 입사하며 3세 중에 가장 먼저 경영에 참여했다. 그는 중국 푸단대를 졸업하고 런던 비즈니스스쿨 MBA를 거친 유학파다. 2019년 SK네트웍스 기획실장에 합류했고, 4년 차에 사내이사가 되는 등 경영 승계를 밟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약하다. 최성환 총괄이 개인 최대주주지만 지분율이 1.89%에 불과하다. 아버지 최신원 전 회장도 0.84%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지주사 SK로 39.1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성환 총괄은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 지주사 SK 지분을 매각해 SK네트웍스 지분을 늘리는 방향으로 지배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 18일 최성환 총괄은 SK 주식 4000주를 매도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최성환 총괄은 SK 지분 0.54%를 보유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갑작스럽게 최신원 전 회장이 사임한 만큼 3세 경영 승계는 가속화되고 있다. 최성환 총괄이 이미 SK네트웍스 내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 속에 이사회까지 합류하며 경영 지휘봉을 잡게 됐다.
SK네트웍스는 현재 모빌리티와 홈 케어 분야가 주축 사업이다. SK렌터카와 스피드메이트가 모빌리티, SK매직이 홈 케어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며 회사 성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매출 11조181억 원에 영업이익 1220억 원을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매직은 2년 연속으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등 렌탈 서비스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협업한 스페셜 렌탈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도 입점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 SK네트웍스는 아이폰 신규 단말기 출시로 정보통신사업 수익이 증대됐다. 자회사인 민팃의 연간 중고폰 거래도 100만대를 달성하는 등 점차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SK렌터카의 경우 제주도 단기렌터카 사업 호조와 중고차 매각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매출이 증가됐다. SK렌터카의 경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개방되면서 더욱 기대를 낳고 있다. SK렌터카는 현재 중고차의 경우 도매사업만 운영하고 있다.
올해만 5곳 ‘사업형 투자회사’ 전환 겨냥
박상규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SK네트웍스의 사업형 투자회사 추진을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사업 간에 시너지를 도모하고 성장 분야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사업형 투자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업형 투자회사 가속화 전환의 일환으로 SK네트웍스는 올해 벌써 5건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처럼 SK네트웍스는 미래 유망 영역에 대한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최성환 총괄이 신사업 등 사업형 투자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018년부터 글로벌 투자를 본격적으로 실행하며 투자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왔다. 올해 1월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친환경 대체가죽 제조 기업 ‘마이코웍스’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향후 마이코웍스 생산 시설 확대, 판매망 구축, 가죽 외 신소재 개발 등 사업 확장 협업과 관련한 계약까지 체결했다. 이를 통해 친환경 소재사업 분야에 대한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연초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엘비스’와 1500만 달러 중 소수 지분 투자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엘비스는 인공지능(AI) 기반 뇌 질환 진단 및 치료 솔루션제공 업체다. SK네트웍스는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AI, 헬스케어 영역 내 네트워크 확대 및 추가 투자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올해 우리나라 3대 전기차 완속 충전기 운영업체 ‘에버온’에 100억 원대 투자를 통해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스피드메이트사업부와 부품사업부를 포함해 모빌리티 관련 자회사인 SK렌터카, 카티니 등과 시너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성환 총괄이 신사업으로 주안점을 두고 있는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2월 초 블록체인 펀드인 해시드벤처스와 전격적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260억 원 규모의 투자다.
양사는 SK네트웍스 산하의 SK렌터카, SK매직 등의 사업 모델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유망 글로벌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또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블록오디세이’에 108억 원의 투자를 집행해 전체 지분의 10% 및 이사회 지명권을 획득했다. 전략적 투자자로서 경영 의사결정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사업형 투자회사로서 7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 사업과 신규 투자사업을 연계해 미래 가치를 높이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와 블록체인 사업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 다양한 파트너십과 추가 투자를 활성화하고, 유망 영역과 회사 사업의 연계 효과를 높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업형 투자회사로서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히 대응하고 높은 경쟁력을 갖춘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성과 창출과 지속성장을 이뤄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