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내내 차갑게 식었던 최주환(34·SSG 랜더스)의 방망이가 드디어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주환은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전반기 성적이 타율 0.161 2홈런 19타점에 불과했다. 4월부터 7월까지 모두 월간 타율이 2할 이하였다. SSG가 기대했던 성적은 당연히 아니었다. 지난해를 앞두고 SSG와 최주환이 맺었던 FA(자유계약선수) 계약 규모는 4년 최대 42억원에 달했다. 중심 타자로 활약을 바랐으나 계속되는 부진에 점차 선발 출전마저 쉽지 않아졌다.
8월 들어 최주환의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8월 12경기 월간 타율이 0.379로 뜨겁다. 최근 10경기로 좁히면 타율이 0.423에 달한다. 지난 20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올 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 3안타(3타수 3안타)도 쳐냈다. 운이 좋아 맞은 안타가 아니었다. 두산 베어스 시절 그가 보여주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나왔고, 결대로 밀어서 내야수 키를 넘기는 노련한 안타도 기록했다.
최주환은 “이렇게 못한 건 야구를 시작하고 처음이었다. 감각적인 문제인지 몰라도 너무 맞지 않아서 힘들었다"며 "그러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어느 시점부터 안개가 걷힌 느낌"이라고 돌아봤다. 20일 경기 3안타에 대해 소감을 묻자 그는 “오랜만에 타격이 결대로 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특히 세 번째 타석 때(2루타) 감각이 기억에 남는다. 좋았을 때의 타구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밸런스나 리듬감, 다리를 드는 타이밍 등이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최주환의 부활에는 그를 믿고 지원해준 지도자들의 힘이 컸다. 최주환은 "최근 성적이 안 나와도 너무 안 나왔다. 심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압박감이 정말 심했다"며 "그런데 팀이 오히려 나를 믿고 기다려준다고 느꼈고, 신뢰가 생기면서 편안해졌다. 압박감을 내려놓게 됐다"고 떠올렸다. 이어 "(김원형) 감독님이 기다려주셨고, 타격 파트에서 이진영 코치님도 도와주셨다. 내가 좋았을 때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계속 조언해주셨다. 처음엔 야구가 잘 풀리지 않으니 코치님의 조언이 전부 와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조언이 귀에 들어왔고, 조금씩 성과로 이어지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최주환의 부진에도 SSG의 포스트시즌(PS)은 확정적이다. 22일 기준 73승 3무 33패(승률 0.689)로 2위 LG 트윈스에 8경기 앞선 리그 단독 선두다. 우승을 위해 PS에서 활약해줄 선수가 필요했던 SSG는 최주환의 최근 부활이 반갑다. 최주환은 "포스트시즌에서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일단은 남은 시즌 차근차근, 새로운 마음으로 잘해보겠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올해는 가장 힘든 해였지만,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