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유정은 연기 경력과 실제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 2003년 CF 모델로 연예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어린 소녀는 어느덧 데뷔 19년 차를 바라보며 한 영화의 메인 주연으로 우뚝 섰다.
김유정은 지난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절친 김연두(노윤서 분)의 짝사랑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사랑과 우정 사이 고민하는 나보라 역을 맡았다. 아역 시절부터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홍천기’, 영화 ‘제8일의 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한 김유정은 천진난만하면서도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내뿜으며 달곰쌉쌀한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 열연으로 극의 매력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마치 21세기 실제 보라가 살아있으면 이랬을 것 같듯 김유정은 인터뷰에 보라색 맨투맨을 입고 등장,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질문에 응하면서도 베테랑의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에게 연기와 사랑의 의미를 묻자 한참을 고민하더니 “연기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다”면서 “예쁜 사랑은 서로를 잘 지켜주고 다독여 주는 것이다. 내 인생에 있어 사랑은 큰 포지션이다. 사람들과의 사랑, 작품을 향한 사랑 등이 포함된다”고 답했다.
〈일문일답①과 이어집니다〉 -20세기의 보라가 결말을 알았다면 어땠을 것 같나.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효주 언니가 표현한 보라가 궁금했고 결말을 보고 감정이 밀려왔다. ‘직접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사실 스스로 못 할 것이라 여겼다. 나이대 자체도 다르고 아무리 고민하고 표현한다고 한들 온전히 닿진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작품이 어려웠을 것이다.” -메인롤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 이전부터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렸을 때부터 선배들과 함께했고 항상 작품에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점점 그런 순간이 없어지다 보니 ‘어떻게 해 나가야 할까’ 했다. 오히려 좋았던 부분도 있었다. 내 의견을 자유롭게 내고 상의하면서 만들어가는 부분은 좋았다. 또 너무 나서서 관여하면 안 좋기에 조심했다. 경력보다는 현재 나이를 중요하게 여겨서 내 몫을 열심히 하며 다른 배우들이 어려워하면 서포트했다. 매 신에 포인트가 되는 인물이 있어 그 친구들이 돋보였으면 해 물심양면 도왔다.”
-어느새 연기 경력 19년 차인데. “사실 나에게 연기의 시작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하고 있는 일이었다. 불만이나 불편함은 없었다. 학창시절에는 어려운 것도 당연히 있었다. 오히려 지금의 나에겐 더 좋다. 더 편안해질 수 있고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연기는 가장 자신 있고 깊게 고민하며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진로는 고민해 본 적이 없다.”
-현재 김유정에게 연기는 어떤 의미인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다. 완전히 내 전부를 내어 주면 어느 순간 몸도 마음도 망가질 때가 있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일하고 난 이후에 즐겁게 뭔가를 할 수 있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것이다.” -만약 아역이 아닌 20대 때 연기를 시작했다면.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결론은 ‘아역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가 다다. 결론은 너무 좋았다.”
-한효주의 아역을 2번 하다가 이번 작품을 통해 또 조우했다. “한 사람과 인연이 이렇게 길게 올 수 있다는 게 어려운데 뜻깊다. 흔쾌히 특별출연해준다고 말해서 다행이라 여겼다. 팬들이 볼 때도 위화감 없이 볼 수 있겠구나 했다. 이 작품을 통해 인연이 다시 이어진 것이라 너무 반갑고 좋았다.”
-김유정에게 첫사랑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 “첫사랑의 경계선이 애매하다. 풋풋한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누가 언제가 첫사랑인 게 명확하지 않다. 아직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힘든 주제다.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실제로도 고백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정말 고백을 많이 안 받아 봤다. 학교에서 좋아했던 친구도 있었는데 친구들이 어려워했다. 자기들끼리 만나서 축하해주고만 말았다.” -김유정이 꿈꾸는 사랑이란. “서로를 잘 지켜주고 다독여 주는 것이 예쁜 사랑이라고 느낀다. 물리적, 심적으로 다 말이다. 인생에 있어 사랑은 큰 포지션을 차지한다. 사람들과의 사랑, 작품을 향한 사랑, 심지어 아이폰 미니가 너무 좋아서 ‘이것만 쓸 거야’ 하는 것도 다 비슷하다. 사랑하는 것들을 공책에 적은 적이 있다. 반신욕을 할 때 따뜻한 느낌, 겨울에 눈 쌓인 나무, 추워졌을 때 찬바람 들이마실 때와 같은 것들이다.”
-작품에서 예쁜 사랑을 함께 한 변우석과 호흡은 어땠나. “실제 변우석 오빠의 성격 자체가 발랄하고 장난기도 많았다. 서로 즐기면서 했다. 다른 배우들과의 합도 잘 맞았다. 서로 불편한 것도 없었고 같이 놀러 다닌다는 생각으로 했다. 수학여행 장면을 촬영할 때도 경주 내려간다는 생각에 설렜다. 경주 맛집을 함께 찾아서 가고 카페에서 사진도 찍고 그랬다.”
-10년 후 김유정은 어떤 배우가 되어있을 것 같나. “30대가 되면 다른 모습이 있지 않을까 싶다. 분위기, 생각하는 관점도 바뀔 테다. 차분하게 나이 들고 싶다. 나만의 고유성을 가져가고 싶다.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이전에 가졌던 모든 걸 응축해서 가져갈 것이다. 트렌드는 따라갈 것이다.”
-과거 17살의 김유정을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은. “별거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지금 생각하면 커 보이지 않는데 누군가의 한마디, 작은 상황에 놓여 연연했던 시기가 있었다. 과거의 나를 보면 편안하게 흘려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할 수 있는 한 계속해서 발전하고 좋은 모습을 시기마다 보여줄 것이다. 올해는 ‘20세기 소녀’를 끝내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제 쉴래’라는 생각은 안 든다. 계속 무언가를 하고 싶고 만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