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준비하는 4년... 김민재가 리더로서 수비라인 이끌어야 한다 [김형일 카타르 관전평]
등록2022.12.07 06:20
브라질을 상대해 최선을 다한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역시 ‘세계 최강’ 브라질 축구다. 어려운 경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네이마르에게 초반 두 점을 내주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선수들에게 끼치는 대미지가 컸다. 세계 최강 축구팀을 상대로 초반에 연이어 실점하면 멘털이 흔들린다. 페널티킥(PK) 판정은 정심이라고 본다. 네이마르는 골키퍼의 타이밍을 정말 잘 뺏더라.
황희찬은 컨디션이 좋았다. 팀을 위해 한 발이라도 더 뛰어 득점해야 한다는 각오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초반에 돌파가 잘 통하니, 자신 있게 중거리 슛도 시도하더라. 이번 대회는 대표팀 선수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누가 들어가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확실히 이해하고 뛴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수들이 파울루 벤투 감독을 칭찬하는 이유가 있었다.
대표팀은 완전히 수비로 잠그는 축구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 공격을 시도했다가 잘 풀리지 않아 수비 중심으로 간 것으로 느껴졌다. 경기 초반부터 전방 압박을 시도하기보다 하프 라인까지 진을 치며 올라갔다가 상대 공격을 끊었을 때 역습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브라질이 했던 축구를 오히려 우리가 했으면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었을 것이다.
비니시우스와 하피냐는 역시 수준이 다른 윙포워드였다. 각각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 아닌가. 대표팀 측면 수비수들이 일대일 돌파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는 평가가 있던데, 그건 실력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일대일로 비교 대상으로 평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체급 차이가 너무 났다. 그래도 김문환과 김진수가 최선을 다해서 뛰어줬다.
카타르 대회에서 대표팀의 수비는 보여줄 수 있는 100%의 전술을 보여줬다. 축구는 득점하는 스포츠다. 당연히 수비는 실점할 수밖에 없다. 수비는 수동적으로 상대 공격수가 뛰는 걸 보고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 포백 수비는 라인 컨트롤이 돋보였다. 올릴 땐 올리고 내릴 땐 내렸다. 공중볼 경합에서 완전히 진 것도 아니다.
득점 기회에서 공격수의 개인 기량만으로 골을 넣는 것을 제외하면은 모든 상황은 감독의 지도 역량에 영향을 받는다. 라인 컨트롤, 협력 수비 등 감독에 따라 대표팀의 수비 조직력은 천차만별이다. 수비는 개개인의 역량으로 완성되는 건 아니다. 대표팀은 4년 동안 수비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발을 맞췄다. 훈련을 많이 했을뿐더러 본인들이 주도적으로 미팅을 열었다.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대표팀 김진수가 브라질에게 골을 허용한 뒤 쓰러진 정우영을 일으켜 세워주고 있다. [연합뉴스] 월드컵이 끝났다. 4년을 또 준비해야 하는 대한축구협회와 새로운 감독은 조직적으로 완성된 수비를 위해 계속해서 실험할 것이다. 4년 후면 김영권과 김진수도 적지 않은 나이다. 언제까지 대표팀에서 뛰어줄 수 있을지는 그들의 컨디션에 달려있다. 이제 김민재가 리더로서 이끄는 상황이 더 많아질 것이다. 대표팀에 이름 올리는 수비수들도 경쟁을 통해 더 발전해야 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카타르 대회에서 한국 축구의 수준을 올렸다. 다들 힘들게 고생했다고 충분히 전해 들었다.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달성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죄송하지 않아도 된다. 칭찬을 받을 만큼 최선을 다해줬다. 앞으로 이 선수들이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고 가야 한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대표팀 축구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