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 애들이랑 10시 30분에 마트 왔다. 포켓몬 가오레 레전드 1탄, 한 번 하는데 1시간 이상 걸리겠다. 힘내보자. 엄마가 따줄게. 합!"
지난 7월 가수 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최근 포켓몬 빵에 이어 유행하고 있는 포켓몬 가오레 게임을 위해 이른 오전 마트에 발도장을 찍은 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는 비단 슈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3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토이저러스에 위치한 포켓몬 가오레 게임기 앞. 이날도 오전부터 게임을 한번 해보려는 수십명의 인파가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8일 오후 찾은 스타필드 위례점 토이플러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평일 오후임에도 게임을 하려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그야말로 전국 쇼핑몰과 마트에 '포켓몬 가오레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켓몬 가오레는 포켓몬스터를 공격해 포획하는 아케이드 게임이다. 지난해 8월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형마트와 쇼핑몰, 장난감 판매점 등 260여 곳에 게임기가 설치돼 있다.
게임 속 포켓몬은 1성부터 5성까지 무작위로 등장하는데, 버튼을 빠르게 눌러 공격하며 포획할 수 있다. 포획한 포켓몬은 ‘포켓몬 디스크’로 손에 쥘 수 있다. 포켓몬 디스크에는 QR코드 기술이 적용돼 있어 게임기에 스캔하면 해당 포켓몬을 꺼내 공격도 가능하다. 1회 게임비는 1500원(500원 동전 3개)이지만 게임 중 여러 차례 만나게 되는 포켓몬을 포획해 디스크로 얻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1500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에 게임기 앞에 앉으면 몇 만 원을 쓰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직원 A 씨는 "평일에는 매장 손님이 뜸한 편인데 포켓몬 가오레만은 예외"라며 "주말에는 하루에도 2~3번씩 동전 교환기에 500원짜리 동전을 채워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게임기마다 대기 줄이 길게 형성되다 보니 부모들 간 신경전도 벌어진다. 가족들을 모두 동원해 줄을 선 다음 자녀가 여러 대의 기계에서 계속 게임을 하도록 독점하는 경우도 있다.
한 아이 아빠는 "아이가 이 게임을 너무 좋아해 마트에 올 때마다 하는 편이다. 아이 대신 오픈런을 한 적도 있다"며 "아이만 게임기 근처에 두고 장을 보기도 불안해 마트에 있는 시간 역시 길어졌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쇼핑몰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장사가 되고 있다. 임대료 수익과 함께 집객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마트에 포켓몬 게임기나 포켓몬카드 자판기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트 관계자는 "포켓몬 가오레 게임기는 포켓몬코리아로부터 라이선스를 얻은 게임운영업체가 마트에 게임설치 장소를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며 "아이가 혼자 게임을 하러 오기보다는 부모와 같이 오는 경우가 태반인 만큼, 내방 고객을 늘리는 훌륭한 '미끼' 시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포켓몬 가오레의 과열 양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랜덤으로 디스크가 나오는 확률형 게임 방식이어서 사행성이나 중독성에 어린이들이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아이의 어머니는 "한 번 올 때 2만~3만원을 기본으로 쓰고 가는 편"이라며 "아이들이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오는데 확률형 게임이다 보니 중간에 그만두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은 모를 수도 있는데 어른이 봤을 때 게임 방식이나 돈을 유도하는 게 사행성 높다고 생각했다"며 "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이 포켓몬 게임을 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포켓몬 가오레 출시 당시 게임 내 단순 타격 효과 발생으로 인한 폭력성은 있으나 사행성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전체이용가 등급을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