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겨울 폭풍으로 170년 만에 최대 폭우가 쏟아지고, 유럽의 1월 기온이 영상 25도를 상회하는 등 기후변화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 물결이 거센 가운데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에 친환경 분야에서 어떤 기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친환경 성과 부문에서 ‘현대가’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이 바탕인 현대가의 친환경 분야 실적이 재계 1, 2위 삼성과 SK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정의선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을 대표하는 전기차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일 2022년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총 18만2627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65.1%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가 전년 대비 31.2% 증가한 9만8443대를 판매했고, 기아는 136.3% 증가한 8만4184대를 기록했다.
이중 전기차는 5만8028대로 196.2%, 하이브리드차는 12만4191대로 37.1% 각각 증가했다. 하이브리드차는 처음으로 연간 판매 10만대를 돌파했다. 다만 수소전기차는 408대로 5.1% 감소했다. 이런 친환경차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며 ‘탄소중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시장의 친환경차 매출은 10조2500억원(추정치)에 이른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아이오닉5’, ‘EV6’의 스탠다드 가격을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다.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부문 판매는 미국 시장이 가장 크고, 유럽, 한국 시장 순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2년 유럽에서 14만대가 넘는 전기차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3만5408대에서 증가한 수치다. 이를 환산하면 대략 7조원 규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현대차 아이오닉5의 2022년 판매량이 2만7000대를 넘는 등 친환경차의 판매가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만 약 10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를 아이오닉5 가격으로 환산하면 5조원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친환경차 부문 매출을 따로 산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빅3인 미국, 유럽, 한국 시장만 하더라도 지난해 22조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80만7000여 대로 전체 비중이 2021년 3.2%에서 5.8%로 확대됐다. 점유율 부문에서 테슬라가 65%로 1위, 포드와 현대차·기아가 7.6%, 7.1%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리스 차의 세금혜택에 대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부지침이 현대차에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IRA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실제 지난해 12월 판매량 감소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며 “IRA보다 자동차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게 회복되지 않은 게 실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재계 9위 HD현대그룹도 친환경 분야에서 매출 신장을 보였다. HD현대는 세계 조선업 1위를 달리고 있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대표는 지난 5일 세계적인 IT·가전 전시회 ‘CES 2023’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2022년에 197척, 240억5000달러의 수주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HD현대는 이중 50%인 16조5000억원이 친환경 선박의 매출이라고 설명했다. 상세 선박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고부가 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이 44척으로 가장 많았다. LNG 운반선의 경우 2021년 29척에서 2022년 44척으로 52%나 증가세를 보였다.
정기선 대표는 “지난해까지 수주를 많이 했다 보니 수주할 수 있는 슬롯(계약 가능 물량)이 이미 2025년까지 다 팔렸고, LNG 운반선의 경우 2026년까지 수주가 끝났다. LNG와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과 천연가스 수요 증가에 따른 LNG 운반선 수주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앞으로 LNG 운반선 등 고부가 가치 선박을 선별적으로 수주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