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메이저리그(MLB) 선수인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지각 합류'할 전망이다. 선수들과 손발 맞출 시간이 부족할 수 있지만 "경기 감각 면에선 더 나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7일 미국 출국에 앞서 "김하성은 고척돔에서 합류하는 거로 이야길 했다"고 귀띔했다. WBC 대표팀은 2월 15일부터 27일까지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이 기간 김하성은 대표팀이 아닌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구단 스프링캠프를 소화할 예정이다. 2월 미국 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3월 1일 한국에 도착, 이튿날부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이틀 일정(3월 2~3일)으로 국내 훈련을 진행한다. 이강철 감독은 이때를 김하성의 대표팀 합류 시점으로 예상한다.
2월 전지훈련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대표팀은 3월 4일 일본 오사카로 이동, 5일 공식 훈련을 소화한 뒤 6일과 7일 일본 프로야구(NPB) 오릭스 버펄로스, 한신 타이거스와 연습 경기를 치른다. 3월 9일로 예정된 WBC 1라운드 첫 경기 호주전 일정을 고려하면 김하성의 대표팀 훈련 기간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을 수 있다. 경기 호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이 감독은 "저쪽(소속팀)에서 시범경기를 하고 오니까 차라리 잘됐다고 했다. 빠른 공을 치고 올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MLB 스프링캠프는 실전 위주다. 캠프에서 몸을 천천히 만드는 KBO리그와 다르다. 샌디에이고는 2월 17일 투수와 포수가 먼저 훈련을 시작하고, 22일부터 전체 선수가 합류하는 '풀 스쿼드'로 캠프를 치른다. 그리고 25일 시애틀 매리너스, 2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2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7일 LA 다저스전까지 빼곡하게 시범경기를 소화한다.
김하성과 일정을 논의한 이강철 감독은 "(시범경기를) 4경기 정도 하고 올 수 있다고 했다"며 관련 내용을 귀띔했다. 이 감독의 예상대로면 김하성은 다저스전을 전후로 귀국, 대표팀에 합류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팀 훈련 기간이 짧을 수 있지만 MLB 시범경기를 치른다는 건 경기 감각을 살리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현역 빅리거가 총출동하는 WBC에선 각 대표팀에 강속구 투수가 포진한다. 1라운드에서 맞붙는 일본만 하더라도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를 비롯해 파이어볼러가 대거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김하성은 "(시범경기를 소화하는 게) 충분히 도움될 거"라며 "MLB 선수의 공을 치다가 합류하는 게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혜성(키움 히어로즈) 박병호(KT 위즈)를 비롯해 KBO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한솥밥을 먹었던 내야수가 대표팀에 다수 포진했다. 호흡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김하성은 "한국에서 선수 생활할 때 대표팀에 뽑힌 형이나 동료들과 친하게 지냈다.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