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만 27년을 산 푸른 눈의 국가대표 선수도 한일전 의미는 잘 알고 있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첫 외국인 국가대표가 된 토미 현수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한일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필승의 의지도 함께 내비쳤다.
미국 국적을 갖고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에드먼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표팀에 뽑혔다. 국적 외 혈통으로도 국가대표에 합류할 수 있는 WBC 대회 특성상, 한국 출신 이민자인 어머니 곽경아 씨의 아들인 에드먼이 한국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에드먼은 한국 국가대표 역사상 처음으로 뽑힌 다른 국적의 국가대표가 됐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에드먼은 이제껏 한국 땅을 밟아본 적이 없었다. 대표팀 국내 훈련을 위해 1일 입국한 게 첫 방문이었다. 그는 “그동안 (한국에) 꼭 와보고 싶었다. 어머니가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알려주셨다. 한식을 많이 먹을 거라는 기대가 크다”라며 활짝 웃었다.
아직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지만, 한일전의 의미와 중요성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과 B조에 속해있는 한국은 오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숙명의 맞대결을 치른다. 대표팀 핵심 자원으로 분류되는 에드먼은 한일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에드먼은 “대회 참가를 결정한 뒤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 관계에 대해 숙지했다. 많은 한국인과 한일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한국인들이 일본과의 대결에 얼마나 의미를 부여하는지 잘 알고 있다”라면서 “지난 대회에서도 한일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잘 알고 있고, 이슈가 매번 컸다는 것도 알고 있다. 도쿄돔에서 일본과 맞붙으면 분위기를 더 잘 이해할 것 같다”며 기대했다.
일본계 아내에게도, 소속팀 동료에게도 한일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필리핀 혼혈인 아내에게 “한일전 때 일본을 응원하면 안 된다. 무조건 한국을 응원해”라고 당부했다. 또 일본 대표팀에 발탁된 팀 동료 라스 눗바를 향해서도 “일본을 이겨서 대회가 끝난 후 (세인트루이스) 클럽하우스에 돌아갔을 때 (눗바에게) 자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승리의 의지를 다졌다.
에드먼은 이강철호의 핵심 자원으로 분류되는 선수다. 2021년 내셔널리그(NL)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에 선정된 에드먼은 지난 시즌에도 153경기에 나서 타율 0.265, 13홈런, 95득점, 57타점, 32도루로 활약한 바 있다. 공격과 수비, 주루 등 다방면에서 대표팀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에드먼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는 “어느 포지션, 어느 타순에 나설지는 모르겠지다. 어디에 투입되든 공격뿐 아니라 수비, 출루에서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다짐했다.
그의 목표는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번 WBC 대회는 준결승부터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다. 대표팀이 4강에 진출해야 에드먼의 바람이 이뤄진다. 에드먼은 “대표팀에서 내 몫을 다해서 4강까지 진출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