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28)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그는 이 대회 첫 2연패에 성공한 주인공이 됐다. 동시에 고진영 커리어 첫 타이틀 방어이기도 하다.
고진영은 5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6749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지난해 이 대회 이후 1년 만에 LPGA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27만 달러(3억5000만원)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각 7타씩 줄이며 마지막 날 2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 4라운드 전반 9홀의 기세도 좋았다. 고진영은 1번 홀(파 4)에서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시작했고, 5번 홀(파 5)과 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해 전반에만 3타를 줄이며 달아났다.
고진영은 후반 라운드에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묶어 더 이상 타수를 잃지 않았다. 11번 홀(파 4) 보기로 다니엘 강(미국)에게 1타 차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13번 홀(파 5) 버디로 다시 달아났다. 이후 파 행진을 하며 선두를 안정적으로 잘 지켜냈다.
18번 홀(파 4)에서 그린으로 향하면서 땀을 닦는 것처럼 눈물을 훔치기 시작한 고진영은 우승을 결정짓는 파 퍼트를 넣은 후 캐디에게 안겨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손목 부상으로 고전한 고진영은 지난주 혼다 타일랜드 공동 6위로 7개월 만에 LPGA 투어 톱10에 복귀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까지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다.
고진영은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던 기억이 떠오른 듯 눈물을 흘리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고진영은 올해 세 번째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고, LPGA 투어 통산 14승째를 기록했다.
오랜 기간 이어졌던 LPGA 투어의 한국 선수 무승 가뭄도 해소됐다. 고진영의 우승으로 지난해 6월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우승 전인지) 이후 19번째 대회만에 한국인 우승자가 탄생했다.
고진영과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이어간 넬리 코다(미국)는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하며 고진영에 2타 뒤진 2위에 올랐다.
고진영은 우승을 확정한 후 “굉장한 주말을 보냈다.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는 게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대회 기간 내내 비가 왔는데, 악천후에 함께 고생한 스태프와 자원봉사자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진영은 또 우승 경쟁을 이어간 코다에 대해서도 “넬리 코다와 함께 경기하면 늘 어렵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경쟁을 사랑하고, 힘든 경기였음에도 결국 해냈다”며 웃었다.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박인비에 이어 이 대회에서 2승을 기록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이에 대해 그는 “큰 영광이다.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면서도 “사실은 우승 트로피가 하나 더 필요하다”고 또 한번 우승하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김효주가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8위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5언더파 283타로 공동 3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