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입국한 고우석은 곧바로 팀 훈련을 소화하지 않는다. 차명석 LG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고우석 선수가) 15일 국내 병원 두 곳에서 MRI(자기공명영상) 체크를 한다"고 밝혔다. 시범경기를 소화 중인 염경엽 LG 감독은 "일본에서 검사했을 때는 큰 이상 없다고 보고받았는데 일단 (국내) 검진을 받고 이후 스케줄을 잡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LG는 1라운드 탈락으로 끝난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 고우석을 비롯해 정우영·김윤식(이상 투수) 김현수·박해민(이상 외야수) 오지환(내야수)까지 KBO리그 구단 중 최다인 6명이 차출된 바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고우석의 몸 상태. 그는 WBC 대표팀에 뽑혔지만 본 대회를 소화하지 못했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까지는 큰 문제 없었지만 지난 6일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 WBC 대비 연습경기 중 목 부분 통증을 느낀 게 화근이었다. 타자와 승부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교체될 정도로 갑작스러운 통증이었다. 프로야구 수석 트레이너 출신 A 씨는 "정밀검사를 하고 공식적인 결과를 듣는 게 가장 정확하다"는 전제하에 "(통증의 사유가) 여러 가지일 수 있는데 목부터 어깨까지 통증이 생긴 거면 신경이 눌렸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WBC 지정 병원 검진 결과는 단순 근육통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WBC 1라운드 4경기에 모두 결장하면서 몸 상태에 물음표가 찍혔다. 이번 WBC 최종 엔트리에 포함한 30명의 선수 중 출전 기록이 없는 건 고우석이 유일하다.
고우석은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지난해 61경기에 등판,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했다. 리그 최연소 40세이브(24세 1개월 21일)를 달성하며 개인 첫 구원왕에 오르기도 했다. 60이닝 이상 소화한 KBO리그 불펜 투수 17명 중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채 시즌을 마친 건 KT 위즈 김민수(76경기, 평균자책점 1.90)와 고우석 둘뿐이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앞세워 타자를 힘으로 압도했다. 9이닝당 탈삼진이 11.87개에 이른다.
염경엽 감독 체제로 새 출발 하는 올 시즌도 LG의 붙박이 마무리 투수는 고우석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느낀 갑작스러운 통증 탓에 구단도 비상이 걸렸다. 고우석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건 초대형 악재나 다름없다. 지난해 홀드왕에 오른 사이드암스로 정우영이 있지만, 마무리 투수가 빠지는 건 감독의 시즌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한 변수. LG는 검진 결과에서 큰 문제가 없더라도 고우석의 실전 투입을 미룰 계획이다. 완벽하게 몸 상태가 체크되고 컨디션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LG는 대부분의 시범경기 일정이 지방이다. 15~16일 대구 원정 2연전을 치른 뒤 하루 휴식 후 18일부터 사직 2연전과 광주 2연전이 예정돼 있다.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의 투입 시기에 대해 "천천히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