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 수비수 설영우(25·울산 현대)가 꿈에 그리던 A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동안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고도 유독 A대표팀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 프로 데뷔 후 품고 있던 목표를 마침내 이뤘다.
처음부터 클린스만호 1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아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이 카타르 월드컵 멤버를 주축으로 1기 명단을 꾸렸고, 부상자가 많았던 왼쪽 풀백 자리에 이기제(수원 삼성)를 선택하면서 승선에 실패했다. 지난 2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전도 TV로 지켜봐야 했다.
그런데 김진수(전북 현대)가 콜롬비아전에서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대표팀에 새로운 풀백 자원이 필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설영우가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설영우의 클린스만호 승선은 25일 공식화됐고, 26일 오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해 당당히 A대표팀 일원이 됐다.
꿈에 그리던 대표팀 승선 소식은 공식발표가 있던 날 오전 홍명보 감독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이 과정에서 설영우는 그야말로 진땀을 흘렸다. 제자의 첫 A대표팀 승선을 축하하기 위한 홍 감독의 '작은' 이벤트 때문이었다.
설영우는 소집 첫날 취재진과 만나 “소속팀 오전 훈련을 위해 출근하고 있는데, 홍명보 감독님 전화가 왔다. 한 번도 전화하신 적이 없어서 내가 뭔가 잘못한 줄 알고 받았다”며 “홍 감독님이 전화로 말씀을 거칠게 하시면서 ‘너 어디야, 빨리 와서 방으로 뛰어와’라고 하셨다. ‘크게 뭔가를 잘못했구나’ 싶었다”고 돌아봤다.
잔뜩 긴장한 채 감독실로 찾아가 홍 감독을 만난 뒤에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첫 대표팀 승선 소식을 들었다. 그는 “감독님께서 ‘대표팀에서 연락이 왔다’며 발탁 소식을 전해주셨다”며 “대표팀 발탁 얘기만 듣고도 기뻐서 떨리고 손에 땀이 났다. 현실인지 구분이 잘 안 갔던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서프라이즈와 함께 홍 감독은 제자에게 진심 어린 조언도 더했다. 설영우는 “감독님께서 ‘촌놈티’ 내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면 더 못하니까, 그냥 소속팀에서 하던 대로만 하고 오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설영우도 어렵사리 찾아온 기회인 만큼, 소집 기간 자신만의 강점을 잘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다른 선수들보다 더 나은 점, 차별화되는 점들을 잘 보여준다면 꾸준히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함께 있다.
그는 “왼쪽 풀백은 프로팀 와서 처음 소화했다. 주발이 오른발이다 보니 불편할 때도 있지만, 오른쪽뿐만 아니라 왼쪽도 잘 보면 쓸 수 있는 옵션이 두 가지나 된다. 다른 선수들보다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비적인 역할은 물론 미드필더들과 연계 플레이도 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많이 보여드려서 대표팀의 한 옵션이 되고 싶다”며 “프로선수가 되고 나서 마음속 목표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다. 영광스러운 기회가 왔기 때문에, 그 기회를 꼭 잡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설영우는 울산 현대중과 현대고, 울산대를 거쳐 2020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2021년엔 K리그, 대한축구협회(KFA) 올해의 영플레이어상 2관왕을 품었다. 도쿄올림픽 등 연령별 대표팀에선 주로 오른쪽 풀백에 포진했지만, 소속팀에선 주로 왼쪽에 포진하고 있다.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전에선 이기제와 왼쪽 풀백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