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학은 2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을 노히트노런으로 막아냈다. 20타자를 상대해 피안타 없이 사사구 2개만 허용,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교체돼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7회 초 1-1 동점이 돼 아쉽게 첫 승 기회가 무산됐다.
관심이 쏠린 등판이었다. 이재학은 NC 구단 역대 최다승(76승) 투수이자 창단 멤버다. NC의 창단 첫 승, 첫 완투, 첫 완봉, 첫 신인왕, 첫 국내 선발 10승 등 굵직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최근 세 시즌 부진에 시달리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행사한 뒤에는 2+1년, 최대 9억원에 사인하며 진통 끝에 잔류했다. 이후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개막전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한동안 잊힌 존재였던 이재학은 2군에서 인내의 시간을 거쳤다.
시즌 첫 등판에서 쾌투한 사이드암스로 이재학. NC 다이노스 제공
이날 이재학의 투구 수는 82개. 직구(포심 패스트볼·26개)보다 체인지업(47개) 비중이 더 높았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비율이 전체 투구 수의 89%로 자칫 투구 레퍼토리가 단조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예리한 제구로 극복했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춤을 췄다. 1회 초 2사 후 구자욱 볼넷 이후 6타자를 연속 범타. 3회 2사 후 김지찬의 볼넷과 도루로 만들어진 득점권 위기에선 김현준을 체인지업으로 땅볼 유도,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이재학은 6회까지 10타자 연속 범타로 '노히트'를 이어갔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투구 내용이었다.
NC는 국내 선발진이 흔들리고 있다. 개막전 4선발 송명기가 지난 1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5선발 신민혁의 투구 내용도 좋지 않다. 임시 선발로 깜짝 활약한 이용준도 직전 등판인 19일 삼성전에서 3과 3분의 2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부진했다. 쾌투하던 토종 에이스 구창모는 컨디션 조절 차 지난 20일 1군에서 빠졌다.
삼성전 투구 내용이라면 이재학은 27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그의 호투로 악재가 겹쳤던 선발진에 숨통이 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