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주장 이승원(20·강원FC)이 ‘우승 후보’ 프랑스 격침에 앞장섰다. 지난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뒤 꾸준히 김은중호에 승선해 주장 완장까지 차더니,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첫 경기에서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승원은 23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프랑스전에 선발 풀타임 출전해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그의 활약을 앞세운 한국은 프랑스를 2-1로 제압하는 대이변 속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전반 22분 직접 균형을 깨트렸다. 빠르게 역습이 전개되자 이승원도 전력으로 질주해 상대 진영으로 파고들었다. 김용환(포르티모넨스)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만든 뒤,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9분엔 날카로운 킥력까지 뽐냈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문전으로 정확한 프리킥을 올렸고, 이를 이영준(김천 상무)이 헤더로 연결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은중호는 이후 석연찮은 판정 속 페널티킥(PK) 실점을 허용했으나, 결국 1골 차 리드를 지켜내고 2-1 승리를 따냈다.
이승원은 2골에 모두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90분 간 무려 12.32㎞를 뛰며 양 팀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활동량까지 기록했다. 팀의 주장이자 중앙 미드필더로서 맹활약하며 우승후보 프랑스를 격침시킨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이날 활약이 더욱 값졌던 이유는 U-20 월드컵까지 향했던 그의 여정이 한 편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단국대 소속이던 지난해 김은중호에 소집될 때만 해도 이승원은 대표팀 경력이 전무했던 무명의 선수였다. 고교 시절 주목받는 유망주이긴 했으나 U-14·U-17 등 청소년 대표팀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 무대 활약으로 김은중 감독의 시선을 끌었다.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첫 훈련이었던 지난해 1월 대표팀 소집 명단에도 깜짝 승선했다. 김태민 수석코치는 “대표팀 경력이 아예 없던 선수를 발굴한 사례다. 프로도 아니고 대학 시합에서 눈에 띈 선수”라고 설명했다.
이승원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중원에서의 활동량과 기술 등을 바탕으로 김 감독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이후 대부분의 소집 훈련과 아시아축구연맹(AFC) U-20 아시안컵 예선·본선 등에 모두 참가하는 등 김은중호 ‘믿을맨’으로 거듭났다.
대표팀 경력이 없던 무명의 선수는 1년 4개월 만에 당당히 U-20 월드컵 최종 엔트리까지 승선했다. 김은중호 첫 소집부터 부름을 받아 월드컵까지 향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리더십까지 갖춰 일찌감치 주장으로 선임됐고, 동료들의 깊은 신임도 받았다. 지난 3월 AFC U-20 아시안컵에서 부상으로 우즈베키스탄과의 준결승에 출전하지 못하자, 선발로 출전한 동료들이 이승원의 유니폼을 들고 경기 전 사진을 찍었을 정도다.
올해 강원에 입단하며 프로에 입성한 뒤에도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지난 4월 2경기 벤치에 앉긴 했으나 데뷔로 이어지진 않았다. 강원 B팀 소속으로도 부상 등을 이유로 K4리그 3경기 출전에 그쳤다. 다른 동료들이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대회 전부터 주목받았던 반면 이승원을 향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이번 프랑스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그래서 더 눈부신 반전이었다.
이승원은 경기 후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역습 상황에서 (김)용학이가 치고 올라가는데 반대편에 사람이 없었다. 힘들었지만 있는 힘을 다 뽑아서 달려갔고, 다행히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승리의 기쁨은 오늘까지만 만끽하고 남은 온두라스전, 감비아전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원의 원맨쇼에 골키퍼 김준홍(김천)의 선방쇼를 더해 우승후보 프랑스를 잡은 김은중호는 감비아와 함께 공동 선두로 조별리그를 출발했다. 조별리그 2차전은 오는 26일 오전 6시 온두라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