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 걱정이라지만, 그에게도 그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올 시즌 이정후의 시즌 시작은 좋지 않았다. 바뀐 타격 폼에 적응하지 못한 그의 타율은 초반이지만 1할대(0.194·4월 22일)까지 떨어졌고, 4월 막판 2할대 타율(0.218)까지 끌어 올렸으나 이정후 다운 성적은 아니었다. 데뷔 이후 최악의 첫 달을 보낸 이정후였다.
천하의 이정후도 답답했다. 특타는 물론, 루틴도 바꿔보고 그 외 다양한 시도도 해봤다. 사우나에서 소금을 몸에 뿌려보기도 하고, 마사지건을 방망이에 대고 두들겨보기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천주교 신자인 그는 어머니가 준 성수를 고척 스카이돔 타석에 뿌려보기도 했다.
이정후는 “특타는 진짜 많이 했다. 5월 중순까지는 계속했고, 이후부터는 체력이 떨어질 것 같아 안 하는 대신 제 (훈련) 루틴을 매일 꾸준히 했다. 루틴을 계속 지켜가면서 하다보니 좋아진 것 같다”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어머니의 정성도 이정후의 부활을 이끌었다. 이정후는 “어머니가 새벽부터 매일 저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신다. 어머니의 모든 패턴도 제게 맞춰져 있다. 어머니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반등하지 못했을텐데,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2023 KBO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1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연장 10회말 1사 1루 이정후가 끝내기 투런 홈런을 치고 관중석을 향해 손짓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4.16/
이정후 본인의 노력과 어머니의 지극 정성 덕분이었을까. 이정후는 5월 초순을 기점으로 완벽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5월 타율 0.305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2할대 중반(0.266)까지 끌어 올렸다.
6월은 더 대단했다. 6월 9경기에서 타율 0.441(34타수 15안타)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9경기 중 멀티안타 경기가 네 차례가 있었고, 그 중 3안타 경기가 두 번이나 됐다. 5월 27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1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11일 수원 KT 위즈전. 이정후는 이날 4타수 4안타 3타점 맹타에 이어 2볼넷으로 전 타석(6타석) 출루에 성공하며 맹활약했다. 시즌 첫 4안타 경기. 이날 4안타로 이정후는 시즌 타율 0.304를 기록하며 첫 3할 타율 고지를 밟았다.
이정후는 “3할이라는 타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시즌은 많이 남았고, 언젠가 그냥 지나칠 타율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내 타격감을 빨리 찾은 데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2023 KBO 프로야구 LG트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2사 1,2루 이정후가 2타점 적시 2루타를 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5.09/
이어 이정후는 “시즌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더 치고 나가야 한다”라면서 “내가 한 달 반 정도 못했는데, 그걸 만회하려면 나머지 세 달을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정후는 “항상 작년보다 잘하는 게 목표였는데, 일단 시즌 초반이 좋지 않았으니 시즌 끝날 때까지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