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정들었던 KT 위즈 팬들과의 이별을 앞둔 윌리엄 쿠에바스(33)는 팬들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방출 선수였지만 이례적으로 팬들과 송별회까지 가졌던 쿠에바스는 팬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라는 기약 없는 약속을 남기고 팀을 떠났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약속을 지켰다. KT가 지난 10일 외국인 투수 보 슐서의 대체 선수로 쿠에바스를 영입하면서 재회가 성사됐다. 슐서가 부진 끝에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KT가 결단을 내렸고, 대체 외국인 투수를 물색한 끝에 검증된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를 재호출했다.
12일 한국땅을 다시 밟은 쿠에바스는 "다시 돌아와 정말 흥분된다. 한국이 정말 그리웠고, KT 동료들과 팬들도 그리웠다. 팀을 도와 열심히 하겠다"라며 복귀 소감을 전했다.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1년 KBO리그 정규시즌 1위를 놓고 단판승부를 펼쳤다. KT 선발 쿠에바스가 7회말 2사 2,3루서 이원석을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종료시키며 환호하고있다. 대구=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10.31."
KBO리그에서 검증된 외인 쿠에바스는 올해 미국(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팀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뛸 때 다른 한국 팀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쿠에바스도 "다섯 팀 정도가 내게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쿠에바스의 선택은 KT였다. 쿠에바스는 "KT는 내 홈(home)이니까"라는 짤막한 한 마디로 설명을 끝냈다.
지난해 쿠에바스는 팔꿈치 부상으로 방출됐다. 결장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KT는 오래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아쉬운 결별을 택했다. 부진으로 인한 결별이 아니었기 때문에, 쿠에바스는 부상이 완치되면 KT에 꼭 돌아오겠다고 팬들과 약속했다.
쿠에바스는 2021년 막판 엄청난 투혼으로 KT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10월 2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던지며 12탈삼진 2실점의 활약을 펼친 뒤, 사흘 후인 10월 31일 삼성 라이온즈와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 선발로 재등판해 7이닝 99구 무실점이라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바 있다. KT 선수단과 팬들은 이러한 쿠에바스의 투혼과 헌신을 잊지 않았다.
쿠에바스는 "1년 전에 KT 팬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에 떨어져 지내는데도 많은 팬들이 메시지도 보내주시고 잊지 않으셨다. KT 팬들이 정말 고맙다. 그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지금 팀이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이제는 이길 시간이다”라면서 “(KT 홈 구장인) 수원 마운드에 오르면 상당히 흥분될 것 같다. 개인 목표는 없고, 팀을 위해 열심히 던지겠다”라며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