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 원정 경기를 6-7로 패했다. 3회까지 5-1로 앞섰지만, 경기 중후반 불펜이 급격하게 무너졌다. 6-6으로 맞선 9회 말 무사 1·2루에서 왼손 불펜 이승현이 이호연에게 통한의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주중 LG 트윈스 원정 3연전을 싹쓸이당했던 삼성은 시즌 4연패에 빠져 25승 35패로 승패 마진 '–10'을 기록하게 됐다.
경기 결과만큼 눈길을 끈 건 오승환이었다. 6-4로 앞선 8회 말 등판한 오승환은 첫 타자 정준영을 투수 앞 번트 안타로 내보냈다. 이어 박경수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6-5로 앞선 무사 2루에선 안치영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박진만 감독은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 타석에서 투수 교체를 선택, 이승현을 마운드에 세웠다. 그런데 정현욱 투수 코치의 교체 사인 후 마운드를 내려가던 오승환이 들고 있던 공을 3루수 관중석으로 힘껏 집어 던졌다.
그의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오승환은 글러브를 집어 던진 뒤 발로 차는 모습까지 중계 카메라에 찍혔다. 평소 별명이 '돌부처'일 정도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만큼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경기를 중계한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오승환 선수가 이러는 거 처음 본다"고 말했다.
분노 표출의 이유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부진한 투구(3분의 1이닝 2피안타 2실점 1자책점)에 대한 자책, 박경수 타구를 잡지 못한 중견수 김현준을 향한 아쉬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아무래도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교체 시점. 1사 3루에서 강판당한 오승환의 투구 수는 7개에 불과했다.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세이브 1위(379개)인 전문 마무리 투수다. 그런데 KT전에선 9회가 아닌 8회 마운드를 밟았다. 2이닝 마무리를 맡기는 게 아니라면 9회에는 다른 불펜이 마운드를 밟을 가능성이 컸다. 그 의미는 이날 오승환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위기 상황에서 바로 교체까지 됐으니,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다.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오승환은 지난 5월 초 2005년 프로 입문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다. 구위 회복을 위한 '극단적인 처방'이었다. 한동안 2군 밥을 먹기도 했지만, 여전히 안정감이 떨어진다. KT전 8회 등판을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투수 교체를 두고 선수가 결과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의 불펜 운영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삼성은 8회 말 2사 3루에서 3루수 김영웅이 박병호의 평범한 3루 땅볼을 1루에 악송구 6-6 동점이 됐다. 그리고 9회 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했다. 1패보다 더 심한 건 팀의 분위기. 베테랑 오승환의 공개 분노 표출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최하위 한화 이글스에 0.5경기 차로 쫓긴 삼성의 '진짜 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