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나 폭염 등 극단적인 이상 기온 현상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아시아의 5월 온도가 이미 50도가 넘었고, 유럽과 북미 지역에도 ‘열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기후위기로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지구촌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해양에서 친환경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대해양 친환경 전환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그룹의 주력 분야인 조선업의 중간지주사다. 세계 조선 1위인 HD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조선 업황이 살아나면서 '슈퍼사이클'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조선해양박람회 ‘노르시핑 2023’에서 대해양 친환경 전환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의 전 생애주기 탄소배출량 산출과 관련된 협약을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영국 로이드선급(LR), 크누센(노르웨이)과 함께 17만4000㎥급 LNG운반선에 대한 원재료 조달부터 건조, 운항, 폐선까지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측정할 계획이다. 대해양 친환경 전환을 위해 세계 최초로 선박의 ‘요람부터 무덤까지’ 전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보고서를 낸다는 것이다.
측정에 참여하는 선박은 크누센 소유의 17만4000㎥급 LNG운반선으로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이달 인도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은 선박 1척 건조를 위한 공정 프로세스를 분석, 공정별 원재료, 에너지 사용량 등 데이터를 제공한다. 로이드선급은 탄소 배출량 산출 모델링 개발을 담당하고, 크누센은 선박 운영, 유지보수, 폐기 단계에서 배출량 산출을 위한 실증 데이터를 제공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협약에 따라 선박 전 생애주기에 걸친 환경적 영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산출할 수 있게 되면 글로벌 조선업계의 탄소감축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지구촌의 이상 기온 현상으로 기후위기를 체감하며 친환경 전환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며 “LNG운반선의 수명이 운항 약 25년 정도 되는데 제조부터 폐선까지 30년 생애주기 동안의 탄소배출 총량을 분석하는 것이기에 유의미하다”고 설명했다.
또 HD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 선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일 LR과 라이베리아기국으로부터 액화이산화탄소(LCO2)·암모니아·LPG 등을 함께 운반할 수 있는 2만2000㎥급 다목적 가스운반선에 대한 기본설계 인증(AIP)을 획득했다.
이 선박은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발맞춰 중요한 핵심 화물이 될 액화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를 함께 운송할 수 있어 향후 기후변화 대응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탄소 포집과 저장에 활용되는 LCO2운반선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암모니아 운반선의 수요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3세대 메탄올 저인화점 연료공급 시스템(LFSS)에 대한 AIP도 획득했다. 메탄올 LFSS는 메탄올 추진선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시스템으로 메탄올 연료공급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 메탄올은 기존 벙커C유와 비교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완전 탈탄소 선박’인 수소 선박의 상용화 이전에 중간다리 역할을 할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HD현대가 만드는 선박과 HD현대의 기술이 대양의 친환경 대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최초 탄소중립으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조선업계에서 최초의 도전들로 친환경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LNG는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와 비교해 황산화물 배출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 배출을 85%, 온실가스 배출을 25%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LNG는 정기선 사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친환경 선박의 핵심이기도 하다.
HD현대중공업은 2018년 7월 세계 최초로 LNG 추진 대형 유조선을 인도했고, 2020년 9월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인도하는 등 LNG 관련 ‘세계 최초’ 타이틀을 잇달아 따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1년 9월에는 업계 최초로 한국선급(KR)으로부터 암모니아 연료 공급 시스템 개발에 대한 개념설계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암모니아의 경우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향후 LNG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최근 배출량 공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스코프3’에 대한 배출량을 산정한 후 공개했다. 스코프3는 스코프1(직접배출), 스코프2(간접배출)와는 달리 측정 자체가 쉽지 않다. 현재 정부에서도 대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할 때 스코프1과 스코프2만 합산하고 있다.
스코프3는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 전 생애주기 탄소배출 총량’ 산출처럼 기업 활동과 연관된 가치사슬 전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을 의미한다. 2021년 기준으로 HD한국조선해양의 스코프3는 9998만1685(tCO2eq)에 해당한다. 이는 스코프1과 스코프2를 합산한 95만5342t에 비해 100배나 큰 규모다.
스코프3 배출량은 데이터 수집과 통제 자체가 어렵지만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수치의 공시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5월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부문에서 발생하는 연간 탄소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해(2018년 대비 2030년 28%, 2040년 60%),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2018년에 비해 2022년 탄소 배출량이 증가했지만 올해부터 감축량을 늘리면서 탄소중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2018년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정점으로 꼽혀 감축목표 수립을 위한 기준연도로 활용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탄소중립 이행 로드맵에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연료 전환, 재생에너지 도입,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 등의 세부계획을 담았다.
가삼현 부회장은 “탄소중립은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라며 “조선·해양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해 바다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