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25·전북 현대)이 덴마크 FC미트윌란과 이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직후 독일 분데스리가 직행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을 돌아보면 분명 아쉬운 행선지다.
조규성 측 관계자는 6일 본지와 통화에서 “미트윌란 구단과 이적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맞다. 무엇보다 선수 의사가 가장 중요한데, 구단과 선수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트윌란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조규성 영입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규성 측은 이적 제안을 우선 보류한 뒤 다른 구단들의 제안을 기다리다 결국 미트윌란 구단과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전북 구단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겨울 조규성의 여름 이적을 허용하기로 약속을 한 만큼 조규성의 유럽 진출을 막지는 않겠다는 게 구단 입장이다. 조규성을 비롯해 전북 구단 선수들의 모든 이적 관련 내용은 박지성 테크니컬 디렉터가 진행 중이다.
조규성의 미트윌란 이적설은 앞서 현지 보도들을 통해 먼저 전해졌다. 영국 텔레그래프 소속 마이크 맥그라스 기자가 가장 먼저 “조규성이 260만 파운드(약 44억원)의 이적료를 통해 미트윌란 이적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레스터 시티를 비롯해 왓퍼드, 블랙번 등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팀들도 영입전에 나섰지만 미트윌란이 이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풋볼 인사이더 등 다른 현지 매체들도 같은 내용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조규성의 유럽 진출과 도전은 분명 박수를 받을 일이지만, 행선지가 덴마크 리그라는 점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난 1월만 하더라도 유럽 빅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05의 강력한 러브콜을 받았다는 점과 비교하면 덴마크 리그 이적 임박설은 팬들의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조규성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나전 멀티골 등 맹활약을 펼치며 단숨에 해외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거론됐던 팀들이 마인츠와 셀틱(스코틀랜드) 미네소타 유나이티드(미국) 왓퍼드(잉글랜드 2부) 등이었다. 이적시장 전문가인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도 당시 마인츠와 셀틱, 미네소타 유나이티드가 제안을 한 상태라고 전한 바 있다.
특히 가장 강력한 러브콜을 보낸 팀들이 마인츠와 왓퍼드였다. 마인츠로 이적하면 빅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에 직행할 수 있었고, 왓퍼드는 조규성의 꿈이기도 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입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다.
그러나 조규성은 고심 끝에 전북에 남았다. 스스로도 1월 이적 또는 여름 이적을 두고 고민했고, 박지성 디렉터와 김상식 당시 감독 등 구단 차원에서도 여름 이적을 권했다. 여름에도 앞선 팀들을 비롯해 유럽의 러브콜이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리스크를 감수했다. 결과적으로 마인츠 등 조규성의 영입을 원했던 팀들은 당시 다른 공격수를 영입하면서 영입전에서 발을 뺐다.
당초 전반기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여름 더 큰 구단 이적을 원했던 조규성이지만, 유럽의 관심은 차갑게 식었다. 미트윌란의 제안을 보류하고 다른 구단의 오퍼를 기다리다 결국 미트윌란과 협상을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잉글랜드 2부 팀들의 관심에도 미트윌란이 유일한 행선지로 떠오른 건 다른 구단들은 구체적인 제안까지는 없었거나 이적료 등 제안 자체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트윌란이 속한 덴마크 리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에서도 16위에 처진 팀이다. 유럽 진출 초반 주전 경쟁은 비교적 수월할 수 있겠으나 가장 꾸준하게 뛰어야 하는 리그 수준에 대해서는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만한 리그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나마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에 꾸준하게 출전하는 팀이라는 점이 장점일 수 있겠지만, 올시즌엔 UEFA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유로파 콘퍼런스리그(UECL) 2차 예선부터 참가한다.
그나마 미트윌란 이적설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유럽 하부리그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쌓아가는 루트를 택한 것일 수도 있다. 앞서 박지성 디렉터가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 유럽 생활을 시작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입성한 것과 비슷한 루트다. 박지성 디렉터가 조규성 이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만큼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미트윌란 구단주가 EPL 브렌트퍼드 구단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향후 EPL 진출의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2년 전엔 미드필더 프랭크 오니에카가 같은 루트로 현재 브렌트퍼드에서 뛰며 EPL 무대를 누비고 있다. 다만 분명한 건 미트윌란에서 뛰다 빅리그로 직행하는 사례 자체가 흔치 않다는 점이다. 결국 조금씩 더 높은 리그로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현실적인데, 덴마크 리그에서 뛰는 공격수가 향후 이적시장에서 얼마나 주목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시작부터 유럽 빅리그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었던 선수기에, 팬들의 아쉬움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