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팀이 당연히 잘하는 건 줄 알았다. 다시 팀 순위가 올라가고, 그 중심에서 내가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너무 재밌다."
두산 김명신은 올 시즌 전반기를 바쁘게 보냈다. 41경기 43과 3분의 1이닝을 소화, 불펜 투수 중 3위를 기록했다. 실제 임무는 더 많았다. 때로는 추격조였고, 때로는 필승조였다. 롱 릴리프로 긴 이닝을 맡은 날도 있다. 그 역할을 모두 다 해냈다. 2승 2패 8홀드 평균자책점 2.91로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전반기를 보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10개) 경신이 눈앞이다.
두산은 전반기 동안 마운드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선발 투수들이 부진과 부상으로 흔들렸고, 개막 필승조는 정철원과 홍건희뿐이었다. 구멍이 생길 때마다 자리를 채운 게 김명신이었다. 그가 있었기에 두산이 마운드를 재편할 때까지 버텼다. 7월 9연승의 중요한 동력이었다.
시즌이 절반 이상 지났지만, 김명신의 페이스는 갈수록 더 좋다. 4월 평균자책점 6.30에 그쳤던 성적이 5월(평균자책점 2.30)과 6월(평균자책점 3.12) 달라지더니 7월 7경기는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명신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4월에는 중요한 상황보다 패전(처리)이나 추격 상황에 나서 힘든 부분도 없지 않았다"며 "그때 내가 잘 버티고 이겨낸 게 팀 성적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좋다"고 떠올렸다.
그의 직구 평균 구속은 4월(140.7㎞/h·스포츠투아이 기준)과 5월 이후(140.6㎞/h) 큰 차이가 없다. 호투의 비결은 '영점'이 잡힌 주 무기 포크볼이다. 4월 높았던 포크볼 피안타율(0.333)이 5월(0.273)과 6월(0.182)에 점차 떨어졌다. 7월에는 포크볼 피안타율이 0.000이다.
김명신은 "사실 4월과 그 이후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다만 포크볼이 달랐다. 시즌 초 원하는 대로 공이 들어가지 않았다. (변화를 주기 위해 포크볼을 던질 때 손목을) 억지로 틀었는데, 스트라이크존에서 많이 벗어나는 공이 많았다. 이젠 변화를 주기보다 정확하게 던지려 한다"고 설명했다.
호투를 거듭해도 김명신은 아직 필승조로 분류되지 않는다. 여러 역할을 맡다 보니 체력 부담은 더 크다. 김명신은 "물론 '괜찮다, 만족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좋은 위치에서 던지는 게 (내심) 더 좋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게 팀에서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보직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전했다.
2017년 입단한 김명신은 '왕조' 두산만 경험했다. 지난해 두산이 9위로 떨어진 건 그에게 충격이었다. 그래서 올해 더 책임감을 느낀다. 김명신은 "예전에는 팀이 당연히 잘하는 줄 알았다. 지난해 순위가 떨어지니 경기가 지루하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며 "순위가 올라가고, 그 중심에서 내가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너무 재밌다. 박치국, 이영하 등 비슷한 시기에 입단한 동료들과도 그때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제 다시 그런 시기(2015~21년 한국시리즈 진출)를 만들어야 하는 게 우리의 숙제"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