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이서에게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은 힘든 시기가 오면 두고두고 꺼내볼 작품이다. 인생 첫 영화 주연작이라는 의미가 있고, 그 영화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을 수상했다.
첫 주연작으로 영화제 첫 수상. 정이서는 ‘그녀의 취미생활’ 개봉에 맞춰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너무 감사하고 신기한 일이다. 정말 기대도 못 했다”고 말했다.
“상까지 받을 줄은 정말로 몰랐어요. 영화제도 처음 간 거였기 때문에 영화제 참석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신기했는데 상까지 받을 줄이야…. 수상 소감을 하러 무대에 올라가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어요. 아직까지도 그때를 떠올리면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어요.”
‘그녀의 취미생활’은 폐쇄적인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연약해 보이지만 강인한 여성 정인(정이서)과 도시에서 이사 온, 뭐든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여성 혜정(김혜나)이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정이서는 평생을 억압 속에 살아온 정인 역을 맡아 용기를 가지고 서서히 변화해가는 정인을 섬세한 연기로 그려냈다.
“어떤 댓글에 ‘정인을 연기한 배우가 섬세했다’는 평이 있더라고요. 스스로 ‘제가 그 배역을 섬세하게 연기했습니다’ 하기엔 부끄럽잖아요. (웃음) 그런데 그런 칭찬을 댓글로 보니까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저희 영화가 이번 부천영화제 때 세 번 상영됐거든요. 그런데 어떤 한 팬 분이 그 세 번을 다 보러 오셨다면서 감상문을 편지로 써서 보내주셨더라고요. 큰 힘과 응원이 됐어요.”
‘그녀의 취미생활’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로 각색되면서 캐릭터들이 약간 변화했다. 정인 역시 소설보다 조금 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로 설정됐다. 영화에서 정인은 혜정과 만나며 본격적으로 변화하지만, 정인에게 변화가 생길 거란 조짐은 영화 초반부터 조금씩 보였다. 예를 들어 정인이 가위를 떨어뜨리는 장면이라든가 미묘한 표정 변화 같은 것들.
“감독님은 정인이가 혜정이와 만나기 전부터 조금씩 복수를 계획해왔을 거라고 하셨어요. 억압받는 상황 속에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복수를 하고 싶지만 정말 그게 맞는 것일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혜정과 만났고, 그러면서 본격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남다른 취미생활을 공유하며 워맨스를 쌓아가던 정인과 혜정. 두 사람은 영화 말미 바다를 바라보며 손을 꼭 잡는다. 그 맞잡은 손이 두 사람이 가진 연대의 감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정이서는 “원래 그 장면 외에도 다른 버전의 엔딩을 찍었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정인이와 혜정이가 함께 손을 잡고 희망적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의 엔딩이 제일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녀의 취미생활’은 ‘워맨스릴러’(워맨스와 스릴러를 합친 말)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정인이와 혜정이의 감정선을 따라 가시다 보면 스릴러가 주는 잔혹함을 넘어 어떤 공감되는 감정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자연 풍경도 아름다우니 극장으로 보러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