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여정은 이제부터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라는 ‘천군만마’를 얻은 황선홍호는 토너먼트에서도 기세를 이어간다는 각오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AG) 축구대표팀은 27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중국 진화시의 진화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에서 키르기스스탄과 2022 항저우 AG 16강전을 치른다.
앞선 조별리그는 그야말로 ‘퍼펙트’했다. 3경기에서 3승을 챙겼고, 16득점 무실점으로 공수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둔 한국이 빡빡한 일정 속 로테이션을 가동해 여러 선수를 점검하고 체력을 비축했다는 게 수확이다.
‘에이스’ 이강인의 컨디션을 확인한 것도 호재다. 지난달 대퇴사두근 부상을 당한 이강인은 지난 20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기에서 복귀를 알린 후 곧장 중국 땅을 밟았다. 황선홍호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여겨지는 이강인의 컨디션에 세간의 시선이 쏠렸다.
지난 24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3차전에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35분간 피치를 누비며 탈압박, 킬패스 등 장점을 가감 없이 과시했다. 바레인의 밀집 수비 탓에 볼을 잡은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번뜩이는 시야를 뽐내는 등 처음 손발을 맞춘 동료들과 호흡이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16강전부터는 이강인을 중심으로 팀을 꾸릴 전망이다.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여러 포지션에 활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강인의 다재다능함을 살릴 의도로 비치는데, 비교적 팀 전술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롤을 맡거나 측면 공격수로 활약할 공산이 크다.
키르기스스탄전부터 이강인의 발끝이 빛날 가능성이 상당하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키르기스스탄은 한국을 상대로 후방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강인이 마무리 능력이 빼어난 엄원상, 송민규, 조영욱 등 공격수들에게 결정적인 ‘패스 한 방’을 선물하는 그림이 이상적으로 여겨진다.
본격적으로 AG 여정을 시작한 이강인은 의지가 충만하다. 그는 바레인전 승리 후 “팀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황선홍 감독이 말한 포지션 문제는) 어떻게 뛰게 하실지는 지금 (나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대한 팀에 맞춰야 하고,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AG 최초로 3연패를 노리는 한국은 맹렬한 기세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지금껏 한국은 여러 대회에서 고비를 겪었다. 아시아에서 강팀인 한국이 선제골을 넣지 못하거나 먼저 실점하면 시간에 쫓기는 형세가 이어졌다. 단판 승부인 키르기스스탄전부터 이강인의 왼발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