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스위트홈’, ‘마스크걸’, 디즈니+ ‘무빙’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연이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웹툰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주호민이나 이말년 같은 웹툰 작가들이 예능이나 유튜브 등 다른 창구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하고, 영상화되면서 저작권 수익을 챙기기도 한다. 항간에선 웹툰 한 편이 대박나면 빌딩을 하나 올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K콘텐츠 활황, IP 확보 경쟁
K콘텐츠의 큰 인기가 웹툰, 웹소설 등 저작물 시장에 활기를 돌게 한 건 분명하다. 한국의 드라마, 영화 등이 글로벌 OTT를 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제작사들 사이에선 참신하고 재미있는 스토리 찾기 경쟁이 붙었다.
최근 지상파 채널 등이 드라마 편성을 줄이면서 제작업계가 다소 위축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은 제작사들이 미래를 기대하며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인 기준으로 웹툰, 웹소설, 소설 등의 IP는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선에서 거래된다. 스토리의 완성도나 작가의 협상 능력,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평균 2000만 원 선. 최근 드라마의 편당 제작비가 통상 10억 원 가량인 점을 감안할 때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어렵더라도 ‘일단 IP는 확보하자’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다만 이렇게 자신의 저작물을 2차 가공할 수 있는 권리를 모두 넘길 경우 향후 시나리오나 대본 집필 등엔 관여할 수 없게 되고, 작품이 크게 흥행하더라도 원저작물의 작가에겐 인센티브가 없는 게 일반적이다.
◇ 드라마·영화가 대박나면 원작도 재조명
다만 2차 가공된 영상물이 크게 히트할 경우 원작까지 다시 주목받기에 이로 인한 수익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개봉해 올 초까지 극장에서 롱런한 일본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경우 바이포엠스튜디오가 당시엔 무명작가였던 이치조 미사키의 원작을 선인세 1000만 원에 계약, 출간 3개월 만에 10만 부 이상을 판매시키며 2021년 외국소설 전체 2위, 교보문고 외국소설 1위 베스트셀러를 달성시킨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 소설은 한국에서의 흥행 효과로 일본 현지에서 영화로 제작됐고, 다시 국내에서 개봉하면서 ‘러브레터’ 이후 24년 만에 일본 실사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화가 크게 흥행하며 소설은 다시 주목받았고, 원작이 15만 부 추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의 성공 덕에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인세 역시 25배 상승했다.
국내 웹툰 작가들의 경우 이로 인한 유료 결제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통상 웹툰은 연재 기간 내에는 일정 기간 무료로 에피소드를 공개하다가 완결이 나면 유료로 전환된다. 넷플릭스에서 시리즈화된 ‘마스크걸’의 경우 네이버웹툰에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재됐는데 드라마 공개 후 10일 동안 공개 이전 10일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대표가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가 한국에 론칭된 이후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자신한 ‘무빙’ 역시 강풀 작가의 웹툰이 원작이다. ‘무빙’은 지난 8월 9일 첫 공개된 이래 국내 OTT 통합검색 앱 키노라이츠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 OTT 훌루에서도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공개 첫 주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등극했다. 한국을 비롯한 디즈니+ 아태지역에서도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리즈에 이름을 올렸다.
원작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상승했다. 연재처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방영 전과 비교해 웹툰 ‘무빙’의 일평균 매출이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에서 각각 12배와 8배 가량 상승했다. 조회수는 각각 22배와 9배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무빙’의 시즌2에 강풀 작가의 다른 작품 속 캐릭터가 합류할 것 같다는 추측이 나오면서 2017년 연재된 ‘브릿지’, ‘타이밍’, ‘어게인’ 등도 재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강풀처럼 이미 이름이 난 작가거나 누적 조회수가 억단위를 기록하는 작품의 경우 IP 확보가 신인 작가들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작가들은 보통 연재처와 계약을 맺고 작품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위탁하는데, 연재처에서 영상화를 성사시킬 경우 일부 수수료를 받는다. 다만 이 금액은 작가 및 작품의 인지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일부 작가들의 경우 연재처와 따로 계약을 하지 않고 작품만 연재하기도 한다. 이 경우 영상화가 되면 수수료를 회사에 지불할 필요가 없어 자신의 협상 역량에 따라 보다 큰돈을 손에 쥘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