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군단'의 허릿심이 강해졌다. 지난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중 9위(5.22)에 머물렀던 불펜 평균자책점을 2위(4.18)까지 끌어올리며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핵심 변화는 '계산이 서는' 불펜 운용이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합류한 김범수와 잔류에 성공한 조상우, 그리고 내부 육성 자원인 성영탁 등이 뎁스(선수층)를 두텁게 만들며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트레이드로 영입된 파이어볼러 한재승도 안정적인 활약으로 불펜 전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FA로 KIA에 잔류한 오른손 투수 조상우. KIA 제공
지난겨울 KIA 타이거즈의 키워드 중 하나는 '불펜 보강'이었다. 시즌 종료 후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베테랑 스윙맨 이태양을 영입한 데 이어, 이적시장에서는 조상우·김범수·홍건희 등을 한꺼번에 품으며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자칫 '무리한 투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행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뎁스 보강을 통한 불펜 안정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 선수가 전열에서 이탈하면 다른 선수가 공백을 채우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실제 KIA는 부진과 부상 여파로 기존 필승조 자원인 전상현과 이준영이 전열에서 이탈했다. 설상가상으로 '영입생' 이태양과 홍건희마저 부상에 시달리며 전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 정해영의 부진까지 겹치는 악재가 이어졌다. 그러나 사전에 구축한 뎁스가 이를 메우며 흔들림 없는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정해영의 빈자리를 기대 이상으로 메운 성영탁을 중심으로 불펜이 빠르게 재편되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지난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영입한 오른손 파이어볼러 한재승. KIA 제공
이동걸 KIA 투수 코치는 "정해영과 성영탁이 8회와 9회를 맡아주고, 김범수가 정해영까지 이어주는 역할을 해주면서 선발이 내려간 뒤인 7~9회를 안정적으로 막아주고 있다"며 "선발이 6이닝을 채우지 못하면 조상우가 그다음 투수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리드를 잡고 있을 때 후반 운영에 계산이 서고 있다. 추격조에서는 최지민과 한재승이 실점을 최소화하며 역전의 기틀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불펜의 힘을 앞세운 KIA는 25일 기준 역전승 15회로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KIA 불펜은 아직 완전체 전력과는 거리가 있다. 부상 선수들이 복귀할 경우, 한층 더 안정적인 투수 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동걸 코치는 "이기는 상황과 추격 상황의 분업이 명확히 되어 있는 점이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이라 볼 수 있고, 불펜의 과부하도 적어 운용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FA로 합류, 최근 통산 5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 베테랑 김범수. 왼쪽은 심재학 KIA 단장. KI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