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록'으로 불리는 마라톤 2시간 장벽이 무너질 수 있을까. '기록 제조기' 켈빈 키프텀(23·케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키프텀은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지난 4월 런던 마라톤에 이어 메이저 대회를 연이어 제패, 종목 최강자로 떠올랐다. 우승만큼 눈길을 끄는 건 키프텀의 기록이었다. 키프텀은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00분35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지난해 베를린 마라톤에서 엘리우드 킵초게(케냐)가 세운 세계 기록(종전 2시간01분09초)을 34초나 앞당겼다. 미국 CNN에 따르면 세계 육상 연맹은 세계 기록 비준 절차를 밟고 있다.
키프텀은 레이스 내내 페이스를 조절했다. 반환점을 돌 때만 하더라도 1시간00분48초의 기록으로 세계 기록 페이스에서 벗어났지만, 마지막 10㎞ 구간에서 치고 나갔다. 30~35㎞ 구간을 13분51초에 주파하며 무서운 뒷심을 보여줬다. 결국 후반부 하프 코스를 59분47초에 마무리, 킵초게의 기록을 넘어섰다.
미국 NBC스포츠는 '키프텀은 지난 10개월 동안 3번의 마라톤을 완주했다. 마라톤 역사에서 가장 빠른 6개의 기록 중 3개'라고 전했다. 키프텀은 지난해 12월 스페인 발렌시아 마라톤에서 2시간1분53초를 기록한 데 이어 런던 마라톤에선 앞선 기록을 28초 단축했다. 시카고 마라톤까지 뛰는 대회마다 성장세가 가파르다.
키프텀의 다음 목표는 '서브2(2시간 이내 완주)'가 될 전망이다. 마라톤 풀코스 2시간 내 주파는 많은 이들이 도전했으나 실패한 목표다. '마라톤 최강자' 킵초게가 2019년 10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이벤트성 대회에서 1시간59분40초 만에 42.195㎞ 코스를 주파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레이스에는 7명의 페이스 메이커가 함께했고 앞서 달린 차가 빛을 쏘며 킵초게의 속도 조절을 도왔다. 자전거를 탄 보조 요원들이 필요할 때마다 음료를 전달하는 등 기록 경신에 목적을 두고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다.
1984년생인 킵초게의 나이를 고려하면 키프텀은 '서브2'를 깰 새로운 대안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에 따르면 키프텀은 시카고 마라톤이 끝난 뒤 "(세계 기록을 경신해) 너무 행복하다. 눈앞에 시간이 보였는데 2시간 미만으로 달릴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키프텀의 훈련을 돕는 저베이스 하키지마나 코치는 "킵초게는 매주 180~220㎞를 달린다. 키프텀은 250~280㎞, 때로는 300㎞ 이상을 뛴다"며 "런던 대회를 준비하면서는 3주 동안 매주 300㎞ 이상을 달렸다. 엄청난 양이다. 쉬는 게 없다. 피로나 통증의 징후가 보이지 않으면 계속한다"고 놀라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