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의 막이 올랐지만 국감대에 서야 할 기업의 ‘회장님’들이 사라졌다. 공교롭게 해외 출장 일정 등이 잡혀 증인 소환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대상 국감이 시작됐지만 금융권의 핵심인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해외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로코 마라케시로 건너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 같은 일정으로 15일까지 해외에 머물 예정이다.
당초 금융지주 수장들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올해 금융권에서 횡령과 자금 유용,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등 각종 비위가 끊이지 않았다.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경고음이 켜졌고,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이에 금융지주 회장들의 줄소환이 전망됐지만 해외 출장 등의 이유로 불발됐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해부터 절묘하게 IMF·WB 연차총회 참석으로 국감 출석을 피하고 있다. IMF·WB 연차총회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권 인사들이 모두 모이는 행사다. 올해 마라케시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차질이 예상됐지만 연차 총회는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총회 일정을 소화한 뒤 유럽·중동의 현지 투자자와 주주들을 대상으로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할 예정이다. 윤종규 회장과 함영주 회장은 이번이 두 번째 총회 참석이고, 진옥동·임종룡·이석준 회장은 이번이 첫 참석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비율이 대부분 50% 이상이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지주 회장들의 IR이 필수인 시대”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8월 직원·가족들이 주식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난 바 있어 윤종규 회장의 증인 채택이 고려된 바 있다. 또 정무위에서는 금융권 사건사고와 관련해 임종룡 회장과 이석준 회장도 부르려고 했으나 최종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결국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11일 금융위원회을 비롯해 17일 금융감독원의 국감에 모두 출석하지 않는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이고 관심있는 부분인데 이번에 금융위에서 그런 부분들과 관련된 증인들은 현재 지금 다 빠져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국감 기간에 유럽으로 출국했다. 현지 대형 기관투자자들에게 포스코그룹의 미래 사업 비전을 알리는 IR 활동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최 회장은 11일 교육부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국감대에 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