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이 파리 생제르맹(PSG)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데뷔골을 넣었다. 번뜩이는 패스와 드리블 능력에 물오른 득점 감각까지. 그야말로 '이강인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강인은 2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3~24 UCL 조별리그 F조 3차전 AC밀란(이탈리아)전에 교체로 출전, 3-0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이자 자신의 PSG·UCL 데뷔골을 터뜨렸다.
후반 26분 조커로 투입된 이강인은 투입 직후부터 오른쪽 측면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번뜩이는 드리블 돌파에 간결한 패스로 상대 수비진의 틈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후반 44분 결실을 맺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워렌 자이르에머리의 컷백을 곤살루 하무스가 흘려주자,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가 움직이도 못한 채 슈팅을 바라보기만 할 정도로 날카로운 슈팅이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이강인의 PSG 데뷔골이자 프로 데뷔 후 UCL 무대에서 넣은 첫 번째 골이었다. 지난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PSG에 입성한 이강인은 공식전 12경기 만에 첫 득점을 기록했다. UCL에선 통산 7경기 만에 데뷔골을 넣었다. 발렌시아(스페인) 시절이던 2019~20시즌 만 18세의 나이로 UCL에 데뷔했고, 이후 세 시즌 연속 UCL에 출전하지 못하다 PSG 이적과 함께 꿈의 무대로 복귀해 첫 골을 신고했다. 10년 전 손흥민이 만 22세 3개월의 나이에 UCL 데뷔골을 터뜨렸는데, 이번엔 이강인이 손흥민보다 5개월 늦은 나이에 데뷔골을 넣었다.
이강인이 ‘데뷔골’의 기쁨을 누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 초에는 A매치 15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튀니지전에서 왼발 프리킥으로 득점을 터뜨리며 자신의 A매치 기록에 첫 골 기록을 새겼다. 이강인은 튀니지전에 한 골 더 넣어 멀티골을 완성했고, 이어진 베트남전에서도 A매치 두 경기 연속골을 폭발시켰다. 그 기세를 이어 이번엔 PSG 데뷔골과 UCL 데뷔골을 동시에 넣은 것이다.
지난 시즌 마요르카(스페인)에서 6골로 커리어하이를 세운 데 이어, 연일 이강인의 ‘골 소식’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득점보다는 날카로운 패스와 드리블 능력에 더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연이은 득점 소식은 의미가 더 크다. 선수로서 이강인이 한 단계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강인은 어린 시절부터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플레이메이커로 더 주목을 받았다. 직접 해결사 역할을 맡기보다는 공격의 중심에 서서 패스와 드리블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드는 역할이 더 어울렸다. 그러나 지난 시즌 마요르카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골 감각을 키우더니, A매치에 이어 UCL 무대에서도 잇따라 데뷔골을 넣었다. 패스와 드리블 능력뿐만 아니라 골 결정력까지 갖춘 재능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강인 자신뿐 아니라 소속팀 PSG, 그리고 국가대표팀에도 더없이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PSG의 미래로 손꼽히는 이강인의 데뷔골 소식은 이미 현지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홈 관중은 이강인에게 뜨거운 박수와 함께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축하했다. PSG 구단도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이강인의 데뷔골 소식을 알렸다. 빠르게 첫 골을 터뜨리며 적응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 건 이강인 영입에 공을 들였던 PSG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도 희소식이다. 번뜩이는 패스와 드리블 능력, 여기에 골까지 넣을 수 있는 이강인은 2선과 측면에서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핵심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지는 건 물론이다. 이미 10월 A매치 튀니지·베트남전에서도 이강인의 눈부신 존재감이 클린스만호의 대승으로 이어진 바 있다. A매치에 이어 PSG·UCL 데뷔골까지. 가파른 상승세 속에 '이강인 시대'가 활짝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