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박지수(24·청주 KB)가 지난 12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홈)-우리카드(원정)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유독 한 선수가 득점을 올릴 때마다 기뻐했다. 그의 오빠 박준혁(25·우리카드)을 응원한 것이다.
우리카드는 이날 현대캐피탈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 선두를 질주했다. 승점 21(7승 1패)을 기록한 우리카드는 '디펜딩 챔피언' 2위 대한항공(승점 16)에 앞섰다.
미들블로커 박준혁은 이날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0득점을 기록했다. 주 공격수 마테이 콕과 김지한(이상 21점)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이자 이번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을 올렸다. 특히 9차례 속공을 시도해 8차례나 성공할 정도로 높은 성공률(88.89%)을 자랑했고, 유효 블로킹도 팀 내 가장 많은 5번을 기록했다.
박준혁은 농구선수 아버지(박상관)와 배구선수 어머니(이수경) 사이 장남으로 태어났다. 2m5㎝의 큰 키와 함께 뛰어난 운동 능력을 물려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가 명지고 2학년 때 배구 선수로 전환했다. 2017~18 신인드래프트에서 현대캐피탈 2라운드 1순위에 지명됐다.
박준혁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사이, 한 살 터울의 여동생 박지수는 한국 여자프로농구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KB스타즈의 핵심 센터이자 한국 여자농구의 보물로 성장했다.
박준혁은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우리카드로 트레이드된 뒤 점차 코트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선수 발굴에 일가견이 있는 신영철 감독이 2024~25시즌 1라운드 신인 선수 지명권과 이적료 1억5000만원을 내주는 조건으로 데려올 정도로 기대감을 갖고 사인한 트레이드였다.
박준혁은 주전 미들 블로커 박진우가 오른 무릎 통증을 호소, 지난 9일 장충 홈에서 열린 한국전력전에서 이번 시즌 처음 선발 출전했다. 경기 한 시간 전부터 코트에 나와 홀로 서브 훈련을 한 그는 이날 블로킹 3개 포함 5득점을 기록, 팀의 3-1 승리에 톡톡히 기여했다. 신영철 감독은 경기 후 "100점 만점 활약이다"고 칭찬했다. 박준혁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두 경기 연속 살려내며 눈도장을 찍었다.
박준혁은 큰 키를 활용한 블로킹과 공격에 강점이 있지만, 기본기와 서브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브 범실을 크게 줄인 모습이다. 지난 9일과 12일 경기에서 총 17차례 서브를 시도하는 동안 범실은 한 차례뿐이었다.
그는 "범실 없이 목적타 서브를 넣는 부분에 중점을 뒀는데 잘 통했다. 더 연습해야 한다"라며 "공격은 지난 시즌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세터 (한)태준이가 잘 안 준다"며 웃었다.
'박지수 오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데 대해 그는 "아직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우승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평가가) 따라올 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