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감독상에는 이견이 없었다. LG 트윈스를 통합 우승으로 이끈 염경엽(55) 감독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해 11월 LG 제14대 사령탑에 오른 염경엽 감독은 증명할 게 많았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 등을 거치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우승 문턱은 넘지 못했다. 그가 우승 갈증이 심한 LG 사령탑에 오르자 ‘우승 경험 없는 우승 청부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성적으로 말했다. 6월 말 LG를 리그 선두로 올려놓은 뒤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거침없이 뛰는 '신바람 야구'로 선수단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LG는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에 직행한 뒤 KT 위즈를 4승 1패로 제압, 29년 만에 KS 한을 풀었다.
2020년 10월 SK 감독 자리에서 사퇴한 뒤 2년 정도를 야인으로 보내며 한동안 잊힌 존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시련을 겪고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그동안의 감독 생활뿐 아니라, (내가 이끈) 모든 시즌을 돌아보며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과는 달콤했다. 연말 시상식 감독상을 싹쓸이하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염경엽 감독은 감독상 수상 뒤 "조아제약 시상식에 10년 동안 참석했다. 이강철 감독님, 김태형 감독님이 수상하는 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 한 번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딱 10년 차에 감독상을 받게 돼 의미가 있다"며 "2년 안에 우승 못하면 감독으로서 역량이 부족하고 소질이 없는 것이니 감독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으로 LG 감독을 했다. 통합우승을 하면서 감독으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시즌이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프런트상 주인공은 LG였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는 관중 동원까지 1위. 92만명이었던 2022년보다 31% 증가한 120만명을 기록, 리그 전체 관중(810만명)의 14.8%를 책임졌다. 프런트는 적극적인 지원으로 우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 오프시즌에는 자유계약선수(FA)로 포수 박동원을 영입했다. 시즌 중에는 토종 에이스 최원태를 트레이드로 데려와 로테이션을 보강하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프런트는 믿음을 줬다. 현장에 신뢰를 보내줘서 지금의 좋은 성과를 만들었다"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수상 뒤 "성적이 나는 팀이 받는 게 프런트 상인데 내가 받게 돼 송구스럽다. 이렇게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좋은) 성적을 내주신 염경엽 감독에게 감사드린다"며 "올해 120만명 넘는 관중이 오셨는데 팬분들에게도 무한한 존경을 표하겠다. 우승은 하루 정도 가니까 '어제 내린 눈 같다'고 누가 그러더라.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단장으로서 서포트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