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 클린스만에도 고민은 있다. 주전과 벤치 선수들의 경기력 편차다. 아시아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벌인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지난해 9월부터 A매치 6연승을 달성했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은 최종 모의고사라는 평가다.
주전 선수들과 그들의 뒤를 받치는 이들의 격차를 실감한 한 판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팀이나 베스트11과 후보 선수들의 기량 차는 존재하지만, 한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경기력의 ‘일관성’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클린스만호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간 고정적인 베스트11을 가동한 클린스만 감독은 이라크를 상대로 1.5군을 내세웠다. 판타스틱4(손흥민·황희찬·이강인·김민재)를 대기 명단에 두고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이른 시즌 마감으로 실전 감각이 떨어진 이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비교적 새로운 라인업을 꺼낸 클린스만호의 전반은 답답한 경기력의 연속이었다. 전반 40분 이재성의 중거리포가 터지기 전까지는 유효 슈팅 2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지 2분도 채 되지 않아 상대 공격수가 수문장 김승규와 1대1로 맞서는 등 실점 위기도 적잖았다. 이라크보다 볼 점유 시간은 길었지만, 공격 지역에서 좀체 활로를 찾지 못한 45분이었다는 평가가 숱했다.
판타스틱4와 주전 스트라이커인 조규성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그라운드를 밟은 뒤, 클린스만호의 경기력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볼 순환이 전반보다 매끄러웠고, 이라크보다 한 수 위라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경기 막판 이강인의 퇴장은 옥에 티였지만, 전반적으로 전방에서 활기를 띠었다.
90분을 두고 보면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팀다운 경기력이 아니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주전과 비주전의 확연한 격차는 대회 전 불안 요소로 떠오른 분위기다. 상대가 16강에서 마주할 가능성이 큰 이라크라 더욱 그렇다.
선수들 간 기량 격차는 당장 풀기 어려운 문제지만, 단기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팀에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약 한 달간 대회가 진행되는 특성상 대체로 다수 팀이 베스트11 변화가 크지 않다. 다만 로테이션이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지는 게 문제다.
특히 아시안컵은 토너먼트부터 3일 간격으로 경기가 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나 체력 저하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 자칫 경기력이 떨어지면 일찍이 짐을 싸야 할 수도 있다. 주전과 비주전의 확연한 격차에 우려의 시선이 모이는 배경이다.
비교적 조별리그 1위를 빠르게 확정하고, 토너먼트 전에 후보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클린스만호가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 변수를 줄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