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전지현 별명은 여전히 좋지만,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아서 부담스러워요. (웃음)”
모델 출신답게 시원시원한 기럭지를 가진 배우를 만났다. ENA ‘모래에도 꽃이 핀다’(이하 ‘모래꽃’)으로 첫 여자 주인공 역할을 맡게 된 이주명은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었지만 모래에도 꽃이 피는 것처럼 드라마를 촬영하며 성장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종영한 ‘모래꽃’은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와 소싯적 골목대장인 그의 첫사랑 오유경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청춘 성장 로맨스다. 이주명은 거산 군청 씨름단 관리팀장으로 위장 수사 중인 형사 오유경 역을 맡았다. 수사를 위해 해체 직전의 거산 군청 씨름단 관리팀장으로 내려온 유경은 거산에서 소꿉친구 김백두(장동윤)를 만나 예상치 못한 인연을 이어간다.
이주명은 장동윤과 호흡이 어땠냐고 묻자 “이 배우를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너무 행복했던 촬영”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출신인 이주명과 대구 출신인 장동윤 사이에 묘한 사투리 경쟁도 있었다. “‘모래꽃’이 거산이라는 가상의 장소를 배경으로 한다. 처음에는 경북 쪽이었으나 감독님이 경남 쪽으로 설정을 바꾸면서 제가 동윤 오빠에게 사투리를 가르쳐줬다”며 웃었다.
전작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후 로맨스물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던 이주명은 차기작인 ‘모래꽃’에서 그 소원을 풀게 됐다. 그러나 이주명의 로맨스물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여러 가닥의 로맨스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래꽃’으로 풋풋한 청춘을 그려냈다면 다음엔 현실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2019년 KBS2 ‘국민 여러분!’을 통해 데뷔한 이주명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26살에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게 된 작품은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당시 전교 1등이자 반장 지승완을 맡았으며, 시대에 청춘을 빼앗긴 캐릭터의 방황과 성장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후 1년이 넘는 공백기를 가졌다. 그리고 돌아온 작품이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모래꽃’이었다.
이주명은 “짧지 않은 공백기를 의미 있게 만들어낸 것 같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큰 비중의 역할을 맡았는데, 너무 들떠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면서 “제가 할리우드 배우 짐 캐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연기든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가볍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주명은 ‘모래꽃’을 통해 자신의 롤모델에 한 걸음 다가갔다.
어색함 없는 유쾌한 사투리부터 어떨 땐 날카로운 형사의 촉을 발휘해 모두가 지나쳤던 새로운 단서를 찾아내는 등 성장과 로맨스, 미스터리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모래꽃’에서 이주명은 제대로 중심을 지키며 물 흐르듯 극을 이끌었다.
‘모래꽃’ 평균 시청률은 1~2%로 비교적 아쉽지만, 드라마 최최로 씨름을 소재로 했고 이를 청춘 로맨스로 풀어내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이주명 역시 시청률과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희망’ 같은 드라마였다면서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소원을 이뤘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이주명은 ‘모래꽃’에서 보인 긴 생머리가 아닌 짧은 파마머리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털털한 성격에 큰 키는 ‘전지현’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이주명은 ‘리틀 전지현’이란 별명에 부담감을 털어놓으면서도 “사실 너무 좋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해서 계속 들을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