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1선발 애런 윌커슨(35)에게 아직 봄은 찾아오지 않았다. 쏟아진 악재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윌커슨은 지난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개막전에 롯데 선발 투수로 등판했지만, 5이닝 동안 6피안타(2피홈런) 4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이 그가 마운드에 있을 때 3점 밖에 지원하지 못했고, 불펜진이 추가 1실점하며 롯데가 패(스코어 3-5)한 탓에 패전 투수가 됐다.
이날 윌커슨은 탈삼진 8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령탑 김태형 롯데 감독은 윌커슨의 구위가 정상 수준이 아닌 것 같다며 걱정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대체 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해 7승·평균자책점 2.26을 기록한 윌커슨을 방송사 해설위원 자격으로 지켜본 바 있다.
윌커슨은 시범경기에서도 고전했다. 등판한 두 경기에서 8이닝을 소화하며 9점(8자책점)을 내줬다. 실전 감각은 정상 수준이 아니더라도, 구위가 떨어질 시점으로는 보기 어렵다. 안 좋은 페이스가 정규시즌 첫 등판까지 이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
윌커슨은 23일 SSG전에서 제구력도 흔들렸다. 특히 변화구가 그랬다. 1회 말 한유섬에게 맞은 홈런은 커브가 가운데로 몰린 탓이었다. 3회 최정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했을 때도 슬라이더가 가운데 들어갔다. 구위 저하에 결정구까지 실투로 이어지면, 승부에서 이기기 어렵다. 안그래도 올 시즌 공인구 평균 반발계수가 지난해(0.4175)보다 0.0033 높은 0.4208을 기록, 타자들이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만 적응하면 더 유리한 구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윌커슨은 올 시즌 시범 운영 중인 피치 클록(Pitch Clock)에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 23일 개막전에서 총 8번 위반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이미 시범경기에서 피치 클록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올 시즌 내내 적응할 숙제지만, 당장 눈앞 승부에서는 소속 선수들이 기존 루틴을 고수하도록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구단 방침은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매주 경고 현황이 발표되고, 위반 이력이 데이터로 나오면 윌커슨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윌커슨은 지난 시즌(2023) 등판한 13경기 중 11번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안정감을 앞세워 재계약과 개막전 선발을 따냈다. 기량은 검증된 선수다. 시즌 초반 마주한 악재는 많은 상황. 다음 등판에 시선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