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베이비몬스터의 화력이 심상치 않다. 갓 데뷔한 신인이 핸드마이크를 들고 무대를 찢더니, 데뷔곡 ‘쉬시’(SHEESH)도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하며 상위권에 올라왔다.
베이비몬스터는 지난 4월 1일 ‘쉬시’를 발매하고 정식 데뷔했다. 한소절만 들어도 YG스러운 비트에 블랙핑크 후배다운 퍼포먼스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일각에서는 뚜렷한 개성이 없다는 혹평도 나왔으나, 베이비몬스터는 무대로 실력을 입증했다.
멤버들 각자의 개성이 느껴지는 자유로운 군무,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깔끔한 동선. 왜 이들이 ‘베이비몬스터’여야만 했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보는 재미가 있으니 음악 방송만 출연했다 하면 조회수 500만 회는 거뜬하다. YG엔터테인먼트는 대중의 반응이 좋자 이례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지난달 25, 28일 방송한 Mnet ‘엠카운트다운’과 SBS ‘인기가요’에서 새롭게 편곡된 밴드 사운드의 ‘쉬시’를 선보인 것. 여기에 보란 듯이 베이비몬스터 멤버들은 각자 핸드마이크를 들고 ‘우리 라이브 자신 있어요’를 온몸으로 증명했다. 유튜브 채널 ‘잇츠 라이브’에서도 지난 11일 밴드 라이브를 공개했는데 8일 기준 조회수는 1000만 회를 육박한다.
누리꾼들은 “음원보다 라이브가 훨씬 듣기 좋은 아이돌은 처음 본다”며 놀랍다는 반응이다. 온라인상에서 베이비몬스터의 화력은 음원 성적으로 이어졌다.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쉬시’는 지난달 28일 오후 9시 멜론 음원 실시간 차트 ‘톱100’ 10위권에 처음 진입했다. 곡 발매후 약 한달만이다. 8일 오전 10시 기준 멜론 ‘톱100’에선 9위까지 뛰어올랐다. 신인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 차트로 통하는 터라 더욱 의미가 있다.
빌보드도 뚫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최신 차트에 따르면 베이비몬스터는 ‘쉬시’로 빌보드 글로벌과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서 각각 21위, 47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9일 첫 진입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베이비몬스터의 이 같은 호성적은 YG에도 멤버들에게도 2배의 기쁨일 터다. 프리데뷔부터 정식데뷔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5월 프리 데뷔곡 ‘드림’을 시작으로 그해 11월 ‘배러 업’에 이어 올해 초 ‘스턱 인 더 미들’까지 총 3곡을 연달아 발표했다.
사실상 데뷔보다는 컴백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는 베이비몬스터였지만, YG는 아현의 합류를 ‘정식 데뷔’로 규정했다. 올라운더 멤버 아현을 YG가 극진히 아끼는 데다 앞서 발매한 곡들이 모두 부진한 성적을 보였던 것도 영향이 있었을 터다.
좋지 않은 여론 속 야심 차게 뚜껑을 연 ‘쉬시’였지만, 이마저도 초반에는 진부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베이비몬스터는 오로지 ‘실력’으로 대중의 인식을 뒤집었다. 실력이 곧 베이비몬스터의 개성이었고,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던 그룹명에도 무게가 실렸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베이비몬스터의 행보가 앞으로 K팝 신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거라고 내다봤다. 하 평론가는 “최근 K팝신에서 비주얼적인 것보다도 실력이 큰 화두로 작용하고 있다”며 “베이비몬스터의 경우 초반에는 YG 네임벨류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결국 실력이 좋아 대중이 먼저 알아본 그룹”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아이돌 그룹에게 실력은 당연한 1순위가 됐고, 대중 역시 이를 원한다. 앞으로는 작사·작곡·프로듀싱 능력까지 필수조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