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선언한 세계적인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34‧레알 마드리드)가 17년간 이어온 클럽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었다. 엔딩은 유럽 최고의 무대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그리고 결승골 어시스트. 더없이 화려했던 ‘라스트 댄스’였다.
크로스는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2023~24 UCL 결승전에서 팀의 2-0 승리와 우승을 이끈 결승골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 은퇴를 선언한 그에게 이날 경기는 클럽팀 소속으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였는데, 은퇴 경기에서도 변함없는 클래스를 선보인 것이다.
크로스의 천금 어시스트는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29분에 나왔다.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의 코너킥은 날카롭게 문전으로 휘었고, 이를 다니 카르바할이 강력한 헤더로 연결해 도르트문트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전반 슈팅 수에서 2-8로 크게 밀리는 등 수세에 몰렸던 레알 마드리드가 오히려 먼저 리드를 잡는 귀중한 골이기도 했다.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38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승기가 기울자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후반 41분 크로스를 교체로 불러들이며 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줬다. 크로스는 상기된 얼굴로 레알 마드리드 팬들을 향해 포효하거나 왼쪽 가슴에 새겨진 레알 마드리드 엠블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그런 크로스에게 팬들과 동료들은 기립박수와 포옹으로 답했다.
이 교체를 끝으로 크로스는 지난 2007년 만 17세의 나이로 바이에른 뮌헨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이어온 프로선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지난달 21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내 목표는 정점에 달한 시점에 경력을 끝내는 것”이라며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이날 UCL 결승 무대에서 팀의 우승과 결승골 어시스트로 화려하게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번 UCL 우승을 더해 크로스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1회, 레알 마드리드에서 5회 등 UCL 우승만 6회(최다)를 포함해 리그 우승 7회(스페인 프리메라리가 4회‧독일 분데스리가 3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6회 등 무려 32개의 메이저 대회 우승 타이틀을 커리어에 새긴 채 떠나게 됐다. 경기를 마친 뒤 크로스는 “이번 UCL 우승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기에,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우승”이라고 했다.
결승골 어시스트 등 크로스의 활약을 앞세운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도르트문트를 2-0으로 완파하고 통산 15번째 UCL 정상에 올랐다. 최다 우승 2위 AC밀란(이탈리아‧7회)과의 격차는 8회로 벌리며 명실상부한 유럽 최강팀 입지를 다졌다. 안첼로티 감독은 AC밀란에서 2회, 레알 마드리드에서 3회 등 UCL 우승만 5회를 달성하며 최다 우승 사령탑 입지를 다졌다. 펩 과르디올라, 지네딘 지단 등 공동 2위(3회) 사령탑 3명과 격차는 2회로 더 벌렸다. 크로스는 이제 독일 대표팀 일원으로서 이달 중순 열리는 UEFA 유로 2024를 통해 마지막 대회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