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시즌 여섯 번째 경기.
경기장에 도착한 삼성 선수들이 하나둘씩 그라운드로 나오는 가운데, 파란색 훈련복을 입은 선수 한 명이 SSG 더그아웃 쪽으로 건너와 고개를 숙였다. '이적생' 박병호였다. 이숭용 SSG 감독에게 다가온 박병호는 격한 포옹과 함께 짤막한 격려 인사를 나누고 그라운드로 돌아갔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이숭용 감독은 "삼성 가서 잘하고 있으니까, 오래오래 야구하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숭용 감독과 박병호 사이엔 묘한 인연이 있다.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시절엔 선후배로, KT 위즈에서 단장과 선수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이숭용 감독은 "재미있게도 박병호는 나를 은퇴시킨 선수다"라며 웃었다. 그는 "히어로즈에 있을 때 박병호가 (트레이드로) 왔다. 오는 순간 '이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산 2천 경기만 채우고 은퇴하겠다고 구단에 말한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박병호가 재능이 넘치는 선수였다는 말이었다.
시간이 흘러 2020년엔 단장과 선수로 만났다. 2020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박병호를 영입한 게 이숭용 당시 KT 위즈 단장이었다. 박병호 본인이 "FA 당시 손을 내밀어준 유일한 구단"이라고 말할 정도로 KT를 향한 애착이 강했는데, 이는 이숭용 감독이 단장 시절 박병호를 한 달 동안 쫓아 다닌 끝에 영입한 결과물이었다.
이숭용 감독은 "시간이 흘러 최근 힘든 시기를 겪고 있어 마음이 좀 안 좋았다. 삼성에서 잘하고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그렬 격려했다. 이적 전 44경기(선발 23경기)에서 타율 0.198(101타수 20안타) 3홈런 10타점 장타율 0.307로 부진했던 박병호는 이적 후 5경기에서 타율 0.389(18타수 7안타)에 3홈런을 쏘아 올리며 8타점 4득점을 쓸어 담으며 부활했다.
이 감독은 "박병호 같은 (베테랑) 선수들은 팀에 꼭 필요하다"라면서 "박병호는 아직 경쟁력도 있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 그런 의미에서 베테랑 선수는 좋게 잘 보내줘야(대우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면서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됐으면 한다"라며 후배를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