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시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이적을 확정한 양민혁(18·강원FC)의 시선은 오로지 K리그1 정상으로 향해 있다. 내친김에 2024시즌 최우수선수(MVP) 등극에도 도전한다.
‘허상’이 아니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가까스로 1부에 잔류한 강원은 올 시즌 11경기를 남겨둔 현재, 선두를 질주 중이다. 12개 팀 중 승점 50 고지를 가장 먼저 밟았다. 구단 내에서는 아직 ‘우승’이란 단어를 꺼내기 조심스러운 분위기지만, 승부를 내는 힘이 생긴 현재 기세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양민혁의 존재가 강원의 우승 도전을 기대케 하는 원동력이다. 이번 시즌 리그 전 경기(27)에 출전한 양민혁은 8골 5도움을 기록, 이상헌(10골 6도움)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공격포인트를 수확했다. 이제는 득점과 어시스트를 적립하지 않아도 상대 팀에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각인돼 존재 자체로 팀에 힘이 된다.
무엇보다 양민혁은 최근 프로축구연맹이 주는 상을 싹쓸이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 양민혁은 지난 18일 광주FC전(3-2 승)이 열린 강릉종합운동장에서 K리그 7월의 골, 이달의 영플레이어상, 구단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킥오프 전에 시상식이 열렸는데, 양민혁이 계속 수상자로 나오자 홈 팬들은 흐뭇함에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일에는 K리그 7월 이달의 선수상까지 휩쓸며 이 부문 ‘최연소’ 수상자가 됐다. 프로축구 역사상 이달의 영플레이어상과 이달의 선수상, 이달의 골을 동시에 차지한 것은 양민혁이 최초다. 10대 선수가 이달의 선수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놀라운 행보를 보면 시즌 MVP 수상도 분명 못 이룰 꿈은 아니다.
지난 3월 만 17세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양민혁은 구단 역사상 최연소 출전 선수, 최연소 공격포인트 기록하며 ‘기록 파괴’에 나섰다. 이후 승강제 도입 이래 K리그 최연소 멀티 골, 최연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 고등학교 재학 선수 최다 라운드 베스트11 선정, 최초 라운드 MVP 선정, 넉 달 연속 이달의 영플레이어 수상 등 한국축구 역사를 바꾸고 있다.
사실상 2024시즌 영플레이어상은 떼놓은 당상인데, 역시 MVP까지 석권하려면 ‘우승’이 따라와야 한다. 최근 네 시즌 간 우승팀에서 MVP를 배출했다. 만약 강원이 리그를 제패한다면, MVP는 집안싸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양민혁에게 남은 11경기 활약도 중대한 이유다.
동기 부여는 충분하다. 김병지 강원 대표는 지난 6월 양민혁의 신분을 준프로에서 프로로 격상하면서 리그 MVP 수상 시 보너스 1억원을 지급한다는 옵션을 계약에 넣었다. 또한 2024~25시즌이 한창인 내년 1월에 토트넘으로 향하는 만큼, 양민혁도 강원에서 쾌조의 경기력을 유지한 채 영국으로 가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