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양궁이 있다면, 패럴림픽엔 보치아가 있다. 대한민국 보치아 대표팀이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선 여자 양궁의 단체전 '10연패'가 큰 주목을 받았다. 여자 개인전도 포함한다면 양궁 대표팀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부터 11회 연속 금메달 금자탑을 쌓았다. 패럴림픽도 양궁 만큼 긴 기간 연속 금메달 기록을 세운 종목이 있다. '세계 최강' 보치아다.
한국 대표팀은 패럴림픽에서 굵직한 성적을 거둬왔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을 시작으로 2020 도쿄 패럴림픽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보치아 대표팀이 패럴림픽에서 수확한 금메달은 10개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강인 만큼 전 세계가 한국을 견제한다. 양궁 경쟁국들이 '양궁 최강' 한국 팀이 쓰는 활을 공수한 것처럼, 보치아도 경쟁국들이 한국산 램프(홈통)와 볼들을 따라 구입하면서 한국 팀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하지만 보치아 대표팀도 발전을 거듭했다.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종합훈련원에 보치아 훈련장을 새로 만들어 시설을 갖췄고, 거리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코트를 바둑판 형식으로 세분화하는 등 선수들의 기술수행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체계적인 훈련을 치러왔다.
임광택 보치아 대표팀 감독은 "경쟁국들의 경기력이 좋아지고 많은 도전을 받으면서 변화를 많이 꾀했다. 기존엔 분리가 가능했던 홈통도 일체형으로 바꾸면서 정확성을 더 높였고, 수중 운동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도 많이 향상시켰다. 과학적으로 보완을 많이 했다"며 금메달을 자신했다.
세계랭킹 1위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이 건재하다. 정호원은 2008 베이징 대회 페어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2 런던 대회 개인 은메달, 2016 리우 대회 개인 금메달, 페어 은메달, 2020 도쿄 대회 페어 금메달을 차례로 목에 걸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군림했다. 5번째 패럴림픽인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의 10회 연속 금메달을 견인하고자 한다.
금메달이 유력한 종목은 강선희(47·한전KPS)과 함께 출전하는 BC3(뇌성마비, 비뇌성마비 선수들 중 보조 선수가 없으면 혼자 투구할 수 없는 등급) 페어 종목이다. 정호원은 도쿄 대회와는 다른 파트너로 패럴림픽 페어 2연패를 노린다. 정호원과 강선희는 지난해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페어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임광택 보치아 감독은 "지난 7월 대만에서 열린 보치아 월드컵에서 개인전(정호영, 최예진)과 BC1/BC2 단체전, BC3 페어 세 종목을 싹쓸이했다. 새로운 홈통의 효과도 증명했고, 선수들의 기량도 입증했다. 패럴림픽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칠 거로 기대된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임 감독은 "사실 2016 리우, 2020 도쿄 대회보다 더 많이 준비했다. 도쿄 대회에서 금메달 1개에 그쳤는데 파리 대회에선 더 많은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오고 싶다"며 "양궁이 10연패한 것처럼 우리도 10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정호원과 강선희 등 11명의 선수(경기보조, 경기파트너 5명)로 구성된 보치아 대표팀은 파리 경기장 적응을 위해 지난 14일 사전캠프가 열리는 파리로 일찍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