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4)의 올 시즌 성적은 흠잡을 곳이 없다. 팀이 치른 141경기에 모두 출전, 타율 0.326(558타수 182안타) 32홈런 110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0.419)과 장타율(0.572)을 합한 OPS가 0.991로 리그 5위. 도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격 지표가 리그 톱10, 팀 내 1위에 이름을 올린다. 이강철 감독은 로하스의 공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5월 중순부터 1번 타자로 기용 중이다.
KT의 고민은 로하스의 페이스다. 로하스는 지난 1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 7경기 타율이 0.160(25타수 4안타)에 머문다. 5강 경쟁의 분수령으로 꼽힌 21일과 22일 SSG 2연전에선 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특히 22일 경기에선 4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고개 숙였다. KBO리그 통산 652경기(통산 타율 0.322)를 소화한 로하스가 한 경기 4삼진을 당한 건 개인 통산 두 번째. KT는 로하스가 부진에 빠진 최근 7경기에서 2승(5패)을 수확하는 데 그쳐 6위로 내려앉았다. 잔여 경기 일정을 고려하면 자력으로 5강 진출을 확정하기 어려워졌다.
이강철 감독의 "누가 로하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냐"라는 말은 복잡한 심경을 대신한다. 그만큼 로하스가 부진해 고심이 깊은 것도 사실. 하지만 시즌 내내 로하스만큼 활약한 선수를 꼽기도 어렵다. 로하스의 결승타는 12개로 장성우(13개)에 이은 팀 내 2위.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애플리케이션 기준 6.47로 '몬스터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도영(KIA 타이거즈·6.88)에 이은 리그 2위이다. 그만큼 승리 공헌도가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최근 7경기 '미니 슬럼프'로 로하스의 시즌 전체 성적을 깎아내리기 어렵다.
KT의 고민은 로하스의 부진을 만회할 다른 선수의 활약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강백호는 컨디션 난조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기 일쑤. 황재균은 9월 월간 타율이 0.231(39타수 9안타)로 낮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베테랑 김상수가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타선의 짜임새가 더욱 헐거워졌다. 로하스를 1번 타순에서 빼더라도 그 자리를 채울 마땅한 선수가 없다. 김민혁 정도가 대안이지만 그렇게 되면 2번 타순이 '구멍'이다. 결국 이강철 감독은 로하스가 1번에서 반등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잘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