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KIA 타이거즈에 2-9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삼성은 시리즈 3패(1승)을 떠안았다. 1패만 더 하면 준우승하는 벼랑 끝에 몰렸다.
역대 KS에서 1승 2패 후 1승 3패가 된 시리즈는 16차례 있었는데, 이 중 역전 우승을 한 팀은 단 1팀이다. 우승확률이 6.2%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유일한 팀이 2013년 삼성이었다. 당시 정규시즌 1위로 KS에 직행했던 삼성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KS까지 오른 두산 베어스에 1승 3패로 몰리다 4승 3패를 만들며 우승했다.
삼성은 대구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내리 두산에 내준 뒤, 잠실로 무대를 옮긴 3차전 승리로 기사회생했지만 4차전에서 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삼성은 이후 3연승하며 통합우승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탄탄한 마운드가 강점이었다. 당시 삼성은 윤성환과 릭 밴델헐크, 배영수, 장원삼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선발진이 있었다. 안지만-심창민-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도 탄탄했다. 특히 6차전에서는 9이닝 동안 9명의 투수를 등판하는 '불펜데이'로 승리를 따냈다. 탄탄한 마운드를 입증했던 경기였다.
2024년 삼성이 11년 전 대역전극을 재현하려면 마운드의 부활이 절실하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선발진이 부상으로 붕괴되고 불펜진 역시 위용이 떨어졌다.
특히 선발진은 데니 레예스를 제외하고 줄이탈했다. 1선발 에이스 코너 시볼드가 시즌 막판 부상(견갑골)으로 PS 엔트리에서 낙마했고, 원태인이 지난 26일 4차전에서 투구 도중 어깨 통증을 느껴 조기 강판됐다. 원태인은 병원에서 오른 어깨 관절 와순 손상과 회전근개 힘줄염 소견을 받고 남은 시리즈 출전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좌완 이승현과 황동재가 있지만, 이승현은 8월 햄스트링 부상 후 PS에서 복귀한 뒤 아직 선발 등판이 없다. 황동재 역시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무실점 호투했지만 3이닝에 그쳤고, 지난 KS 2차전에선 1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돼 우려를 낳았다. 선발진이 붕괴된 상태다.
이 가운데 삼성은 벼랑 끝 5차전에서 '불펜 데이'를 치러야 한다. 좌완 이승현이 선발 마운드에 오를 확률이 높다. 부상 회복 뒤 긴 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는 만큼, 일찌감치 불펜 투수들을 준비시킬 가능성이 높다. 2013년 6차전에서 불펜 데이로 승리를 거둔 것처럼 11년 뒤 삼성이 이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코너에 몰렸다. 5차전에는 쓸 수 있는 전력을 다 쏟아 붓겠다. 잘 준비하겠다"라며 필승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