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 헌액 선수 아드리안 벨트레에게 "현역 시절, 가장 까다로웠던 투수"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벨트레는 곧바로 '이 선수'의 이름을 언급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김병현이었다.
벨트레는 11일 SSG 랜더스의 2군 훈련장인 강화 SSG 퓨처스필드를 방문, SSG 퓨처스(2군) 선수들을 상대로 'MLB 레전드 멘토링 데이' 강연회를 가졌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추신수 현 SSG 육성 총괄과 인연이 있던 벨트레는 SSG 퓨처스 선수들의 질문에 답하며 'MLB급' 값진 조언을 남겼다.
여러 조언을 하던 도중, SSG 투수 장지훈이 '까다로웠던 투수'에 대해 벨트레에게 물었다. 이에 벨트레는 김병현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는 "여기가 한국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정말이다"라고 강조하며 "(김병현을 상대로) 29타석을 들어가서 29타석 연속 아웃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실제로 벨트레는 MLB에서만 김병현과 17타석을 상대해 16타수 1안타 1볼넷 8삼진을 기록한 바 있다.
벨트레는 "김병현은 언더핸드스로로 95마일(약 152km)의 공을 던진다. 공을 건드리지도 못했다"라고 회상하며 "김병현이 나이가 들어 구속이 떨어졌을 때 드디어 첫 안타를 쳤는데, 경기 중에 세리머리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벨트레는 1999년부터 김병현을 만나 2006년에야 첫 안타를 신고한 바 있다.
벨트레는 "김병현을 상대하고 잠을 자면 항상 꿈에 나왔다"라고 웃었다. 그는 "몸쪽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며 오는데 노리고 칠 수가 없다. MLB에 다양한 투수들이 많았지만, 언더핸드로 그렇게 강속구를 던지는 선수는 보기 힘들었다. 볼 때마다 적응이 안되는 공이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벨트레는 MLB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된 전설적인 내야수다. 1998년 빅리그에 데뷔해 2018년까지 2933경기에 출전, 타율 0.286, 3166안타, 477홈런, 1707타점을 기록한 바 있다. 실버슬러거 4번, 골드글러브 5회 수상했다. 올스타에도 4번 뽑혔다.
이날 벨트레는 SSG 퓨처스 선수들에게 "프로 생활 동안 최선을 다해 100% 이상을 끄집어 내야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도 메이저리그보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강한 정신력이 바탕이 되지 못해 100%의 능력을 끌어내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더 강한 정신력으로, 오늘을 희생하는 마음을 가지면 좀 더 나은 야구 인생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