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천만(명) 영화’ 시대가 저물고 ‘천억(원) 영화’ 시대가 온다. 박스오피스 집계 기준이 매출액으로 변경되면서 ‘왕과 사는 남자’의 역대 최고 흥행작 등극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9일 일간스포츠 취재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입장권통합전산망(박스오피스) 흥행 집계 기준을 관객수에서 매출액 중심으로 변경한다. 기존 지표의 한계를 보완하고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이미 지난해 극장 체인과 배급사를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 절차도 마무리됐다.
◇유령관객 없애고 글로벌 기준 맞춘다
입장권통합전산망은 2010년 모든 극장의 의무 가입이 법제화된 이후 국내 박스오피스 집계·발표의 근간 역할을 해왔다. 기준은 관객수로, 한국영화 산업에서 상징적으로 쓰이는 ‘천만 영화’라는 표현 역시 여기서 시작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수 중심 지표는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신뢰성을 흔든 건 반복적으로 불거진 ‘유령관객’ 논란이었다. 관객수가 흥행의 절대적 척도로 작용하면서 일부 극장과 배급사에서 초대권 제공, 유료 시사회 확대 등 마케팅으로 관객수를 부풀리거나 부정 발권으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사례가 이어졌다.
티켓 가격 체계 변화도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요일, 시간대, 좌석에 따라 관람료가 달라지고 특수관 상영이 늘면서, 동일 관객수라도 매출 규모 차이가 커졌다. 여기에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지표 간 정합성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관객수로 성적을 집계하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며,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시장은 매출액 기준을 사용한다.
영진위 측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직관적으로 영화의 흥행 수익을 보여주는 매출액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꾸준히 있었다. 다만 오랫동안 국내 박스오피스가 관객수 중심으로 집계돼 왔기 때문에 급격한 전환이 이뤄질 경우 여러 가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현재 단계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진=CJ ENM 제공◇‘왕과 사는 남자’, 역대 1위 가능성 키웠다
흥미로운 지점은 집계 기준 변경에 따른 역대 흥행 영화 순위 교체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기존 2위였던 ‘극한직업’(최종관객수 1626만명, 매출액 1396억원)이 최고 흥행작이 되고, 종전 1위였던 ‘명량’(최종관객수 1761만명, 매출액 1357억원)은 ‘아바타: 물의 길’(최종관객수 1082만명, 누적 1379억원)에 이어 3위로 내려온다.
최근 1000만 고지를 넘고 흥행 질주 중인 ‘왕과 사는 남자’가 역대 1위에 오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왕과 사는 남자’는 5주차 주말인 지난 8일까지 누적매출액 1110억원을 기록했다. 이 영화의 누적관객수는 1150만명, 객단가는 9650원 수준으로, 약 297만명만 추가 동원하면, ‘극한직업’의 매출액 1396억원을 넘게된다.
‘왕과 사는 남자’의 5주차 평균 관객수는 평일 18만명, 주말 172만명이다. 전주 대비 하락세는 1~2% 수준으로, 현재로서는 그렇다할 경쟁작도 없다. ‘왕과 사는 남자’의 최종 스코어를 1200만명 안팎으로 예측했던 멀티플렉스들도 5주차를 넘어서면서 150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 극장 관계자는 “‘왕과 사는 남자’는 계속해서 예상치를 넘어서고 있다”며 “1000만 관객 돌파 후에도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고, 경쟁작도 부재한 만큼 장기 흥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